교사가 학급대표 일방적 임명해도 인권 침해

전북 학생인권심의위·교육센터, 인권감수성 향상 대책 수립 권고

#1. A중학교 교사 B씨는 교칙을 위반한 학생 C군을 불러, 매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 앞에 서 있으라고 지시했다. 지시대로 쉬는 시간마다 교실에서 나와 교무실 앞에 서 있던 C군을 본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웃었다.

 

#2. D중학교 교사 E씨는 학생 F양이 머리카락을 펼 때 쓰는 기구(일명 ‘고데기’)를 학교에 가져온 것을 봤다. 그는 F양에게서 고데기를 압수하고, 압수한 고데기로 F양의 쇄골 부근을 툭툭 쳤다.

 

#3. G중학교의 H반은 학급 실장·부실장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 H반 담임 교사 I씨가 학급 실장과 부실장을 모두 본인이 임명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지만, 이는 모두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

 

전북학생인권심의위원회 소위원회(이하 심의위)와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이하 인권센터)는 최근 심의·의결한 내용들을 9일 발표하고, 해당 학교장들에게 인권감수성 향상 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권고했다. 이들은 또 유사한 사례가 다른 학교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김승환 교육감에게 권고하기로 했다.

 

이번에 심의·의결된 사안들 중에는 체벌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학생의 머리를 매로 툭툭 치는 등의 신체적 체벌, 학생에게 비속어를 사용하는 언어적 체벌, 쉬는 시간을 박탈하고 해당 학생이 놀림을 받도록 한 정신적 체벌이 모두 이에 포함됐다.

 

학생들의 선출에 따르지 않고 학급 대표·부대표를 지명한 것에 대해서는 학생인권조례에 따른 학생 자치활동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고형석 인권센터 조사관은 “교실 내에서 뒤에 서 있으라고 하는 것은 지도 방법으로서 유효하지만 교실 밖으로 문제를 끌고 가는 것은 잘못된 훈육이다”면서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교칙을 어긴 학생을 상담실로 데려가 상담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에 맞다”고 말했다.

 

고 조사관은 그러면서 “특별히 큰 폭력이 발생한 사건의 이면에는 평소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인권 침해가 있다”면서 “학교에서 인권 침해 요소들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이 사회를 더 좋게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심의위원장을 맡아 사건을 심의한 전준형 전북인권교육센터 소장은 “진정인들이 주로 체벌에 대해서 인권 침해라고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서 “체벌 이외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도 감수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인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심의위의 결정문은 인권센터 홈페이지(http://human.jbe .go.kr)에 공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