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교육은 스파르타식 교육 체계와 아테네식 교육체계로 나뉘어 있었다. 스파르타식 교육이 일곱 살 이상 어린이들을 기숙사에 모아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강력한 군사훈련을 중심으로 교육을 시켰다면 민주주의를 지향했던 아테네식 교육은 주로 대화방법과 논리 등 상대를 설득하는 요령을 깨치는 방식으로 교육을 했다. 자연히 아테네에는 웅변술을 가르치는 수사(修辭)학교가 발달했다.
아카데메이아 역시 이런 특성을 그대로 지닌 일종의 수사학교였다. 후에 아카데메이아는 ‘아카데미’로 변형되면서 고대와 중세의 교육기관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됐으며 훗날에는 학회란 의미로 확장되어 다양한 학문의 영역에서 결성된 조직이나 가르치는 기관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덕분에 르네상스 시대에는 철학과 고전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였던 플라톤 아카데미아를 비롯해 인문주의자들이 모인 다양한 성격의 아카데미가 많이 생겨났다.
아카데미의 발전은 학문연구의 놀라운 진전을 가져왔다. 상호비판이 자유로워지고 연구 활동도 개인 차원에서 그룹 차원으로 확장됐다. 이들 아카데미 가운데 날카로운 판단력과 지식을 가진 학자들이 모여 만든 아카데미가 있었는데 그 이름이 흥미롭다. 원래 이름은 ‘린세이 아카데미’. 린세이가 살쾡이를 뜻해 살쾡이 아카데미’라고 불렸다. 1603년 로마에서 만들어졌다는 이 ‘살쾡이 아카데미’가 지금도 존재한다고 하니 그 역사가 놀랍다.
근대문화 발전에 공헌한 아카데미는 오늘날에 이르러 다양한 학문을 가르치는 고등교육기관이나 단체를 지칭한다. 둘러보면 우리 주위에도 ‘아카데미’를 내세운 수많은 모임과 강좌가 이어진다. 분야도 방대하고 형식도 다채롭다. 그만큼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자체단체까지 이 대열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니 가히 아카데미 융성 시대라 할 만하다.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여기저기서 행해지는 아카데미의 목적이 궁금하다. 자치단체가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운영하는 아카데미는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