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목소리가 왜 그래요?” “다리가 아파 죽겠다.”
어머니의 퇴행성관절염이 갑자기 더 심해 지셨나보다. 여든하고도 여섯에 접어든 연세시니 아프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 싶다.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어머니가 사시는 아파트로 단걸음에 달려갔다.
어머니는 나를 보자 반갑기는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서기도 힘이 드시는지 지팡이를 짚고 겨우 일어서신다.
기뚱 기뚱 지팡이에 의존하여 걷는 모습이 그저 안타깝다.
어머니의 무릎은 수술은 가능하지만 나이 드신 분이기 때문에 그냥 통증만 가라앉게 해준다는 병원이 있어 그 병원을 찾아갔다. 매주 1회씩 모두 5회를 맞아야 아프지 않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어느덧 어머니가 4회 주사를 맞는 날 어머니의 아파트를 찾아갔으나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시려고 하신다. 이유는 돈만 많이 들고 낫지도 않으며 커다란 주사바늘이 너무나 무섭고 아프시다며 그 주사를 그만 맞겠단다. 나는 참 난감했다. 5회까지 다 맞지 않으면 지금까지 맞은 것이 허사라고 어린아이 타이르듯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어머니는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병원에서 주사를 맞으면서 얼마나 아픈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신다.
이틀 후 이른 아침 핸드폰으로 어머니가 부르신다. 송광사에 벚꽃이 만발하였다는데 언제나 갈 수 있는 것인지 꽃이 질까봐 걱정이 되신다고. 나는 바로 가기로 약속하고 하던 일을 뒤로하고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벚꽃 터널 속을 지나칠 때는 엄마와 친구분들은 소녀처럼 밝고 맑게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셨다.
위봉폭포의 정자(亭子)에 올라 자리를 펴고 준비한 간식을 즐기는 할머니들은 웃음소리에 이어 박수를 치시며 노래를 부른다.
“찔레꽃 곱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리습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 86세이신 엄마의 18번이 끝났다.
72세 할머니는 “연분홍 치마가 봄 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66세 할머니는 꽃을 든 남자라는 노래를 열창한다. 나는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은 마음으로 힘찬 박수를 보내며 앙코르를 반복했다.
이번에는 세 분이 합창이다. 옆에서 이른 점심을 먹던 젊은 할머니들이 합세를 하여 산중 노래마당이 울려 퍼졌다.
위봉 폭포도 얼마나 좋은지 춤을 추며 맑은 목소리로 박자를 맞춘다. 위봉 폭포는 어머니의 노랫소리를 이미 알고 있었지 싶다.
어머니는 작년에 경로당 노래경연대회에서 자신이 소속된 아파트 노인합창단이 우수상을 거머쥐었다고 상금을 자랑하시곤 했었다.
오랜만에 참 많은 꽃을 보아서 몇 년 동안 꽃구경 안 가도 되겠다며 가슴에 가득 담으셨다고 행복해하시는 할머니들에게 나는 내년에도 또 구경시켜드릴 테니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부모의 지팡이는 못난 자식이라는 것을 나는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수필가 박영임 씨(58)는 고창 출신으로 지난 2005년 〈문예연구〉 수필부문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2008년 한국농촌신문 작품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