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난한 대통령

몇 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국내 언론에도 소개됐던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80세)이 이달 말 5년 임기를 끝내고 퇴임한다. 5년 단임제가 아니었다면 무히카 대통령은 얼마든지 연임이 가능할 정도로 국민적 지지와 존경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치러진 대선 때 2차 결선 투표에서 52.6%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최근 퇴임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 무히카 대통령의 지지율은 65%에 달했다. 6년 전 대선 결선투표 당시 득표율보다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가 이처럼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는 2010년 3월 대통령에 취임하자 대통령궁을 노숙자 쉼터로 내주고 자신이 살던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 농장에서 아내와 함께 지금도 살고 있다. 그는 여가시간에 직접 트랙터를 몰며 국화농사를 지어 시장에 내다팔기도 한다. 최근에 제출한 재산신고 서류에 따르면 월급은 1만4000달러로 이 가운데 87%는 자신이 속한 프렌테 암플리오 정당과 사회단체에 기부한다. 월 100만원 남짓 돈으로 생활하지만 부족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취임당시 신고한 재산목록은 1800달러짜리 1987년형 폭스바겐 비틀 1대뿐. 최근 연방 상원의원인 부인 루시아 토폴란스키의 소유분도 함께 신고하면서 재산이 주택과 농장 등 부동산 3곳(2억원)과 승용차 2대(590만원), 트랙터 3대와 농기구(2380만원) 등이 늘어났다. 아랍의 부호가 그의 비틀 승용차를 100만 달러에 사주겠다고 제의했었지만 거절했다.

 

그렇다고 그가 운 좋게 대충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니다. 그는 도시 게릴라 조직인 투파마로스에서 활동한 게릴라 전사 출신이다. 군사 정권에 저항하다 14년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85년 민정이양 후 석방돼 민중참여운동(MPP)에 참여했으며 이후 하원의원과 상원의원 농목축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그 사이 엘 페페(El Pepe)라는 별칭으로 국민적 인기를 얻으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대통령 재임중 친서민 정책과 시리아난민 수용 환경문제 등 국민복지와 인류 행복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퇴임 후엔 풀타임 농부가 되겠다고 밝혔다. 최근 펴낸 그의 자서전 조용한 혁명(La Revolucion Tranquila)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사람들이 나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전혀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진짜 가난한 사람은 사치스런 삶을 살면서도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느라 노동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멋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오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