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에 물음표를 던지다…강준만 전북대 교수 〈생각의 문법〉

확신의 충돌로 빚어지는 갈등 주목 / 정치적 이분법·편가르기 문화 일침

지식인의 비판적 글쓰기라는 기조를 유지하며 한국사회의 문제를 꼬집어 온 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과, 60)가 이번에는 ‘생각’에 주목했다. 지난해 저서 <싸가지 없는 진보> 로 화제를 모았던 강 교수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읽을 수 있는 <생각의 문법> (인물과사상사)을 펴냈다.

 

저자는 50가지의 ‘왜’라는 질문을 통해 심리학과 사회학에 자주 등장하는 이론을 우리 현실에 비추어 의문을 제기하며 답을 풀어낸다.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이라는 부제처럼 책은 10개 부분으로 나눠 모두 50개의 질문에 답을 한다.

 

물음은 흔히 빠질 수 있는 고정관념에 중점을 두고 뽑았다. ‘생각의 문법’이 이성과 원칙에 근거하기보다는 고정관념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개인의 문법과 확신 또는 신념이 만났을 때 사회에서 소통이 아닌 갈등, 불통, 충돌이 일어난다는 진단이다. 권력과 경제력에서 우위를 지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갑질’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들은 자신의 생각의 문법에 더해 자연과 사회의 법칙으로 여기는 신념에 기초해 갑의 횡포를 부린다는 것.

 

이같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적 이분법과 편가르기 문화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자신의 확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공통의 문법’에 대한 공감대가 제시된다.

 

저자는 최대공약수에 해당하는 50개의 질문을 다양하게 던지고 여러 분야의 학자에 의해 논의된 이론과 유사 이론으로 대안의 길을 모색한다. 궁극적으로는 자아와 타인이 각각 지닌 확신의 충돌에서 빚어지는 사회적 갈등에 답을 내보인다는 소개다.

 

이 책은 착각과 모방, 동조과 편승, 예측과 후회, 집중과 몰입, 인정과 행복, 가면과 정체성, 자기계발과 조직, 경쟁과 혁신, 네트워크와 신호, 미디어와 사회 등의 분류를 통해 각각 하위 5개씩의 질문을 던진다.

 

미팅에서 마음에 안 드는 상대만 걸리는 해답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그 의미가 다시 알려진 머피의 법칙으로, 자살 사건의 보도 증가와 자동차 사고의 연관성을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의 죽음을 유도한다는 ‘베르테르 효과’로, 정치인들이 ‘약자 코스프레’를 연출해 동정심을 유발하고 표를 얻는 현상을 ‘언더 도그 효과’로 설명핸다.

 

또한 시끄러운 곳에서도 듣고 싶은 소리는 들을 수 있는 원리는 주변의 환경과 관계없이 자신이 집중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칵테일 파티 효과’ 로 답한다.

 

<생각의 문법> 은 지난 2013년에 냈던 <감정 독재> 의 연장선상이다. 이 책은 감정에 기초한 인간의 선택에 대해 묻고 답하는 같은 형식으로 역시 사회학적 교양을 쌓고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도록 기술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행동을 선호하는 행동 편향과 태도 또는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상태인 인지부조화, 얻은 것의 가치보다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손실 회피 편향, ‘공무원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은 업무의 양이 증가하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파킨슨의 법칙, 자신의 표준만 고집하다 세계시장에서 고립되는 일본 전자회사를 설명하는 갈라파고스 신드롬 등을 다뤘다.

 

강준만 교수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 신문방송학 석사, 위스콘신대 메디슨캠퍼스 신문방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2005년 제4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았다. 중앙일보 수습기자와 문화방송 라디오 PD를 거쳐 전북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여권의 저서를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