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가 출범한 뒤 정신없는 반년이 지나면서 첫 새해를 맞았다. 새로운 출범의 혼란을 뒤로하고 이제는 다양한 지역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자치단체장의 공약을 비롯한 시급한 현안들에 초점을 맞춰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작 주민들에게 필요한 전략에는 소홀할 수도 있다. 특히 4년의 짧은 임기동안 큰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추진을 준비중인 자치단체도 보인다. 세심하게 추진해야 할 지역전략과 반드시 필요한 현안, 중장기적 안목에서 출발해야 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발전방안 등을 도내 각 시·군별로 격주로 진단한다.
호남고속철도가 개통 한달앞으로 다가왔지만 여기에 대비한 대응은 지금도 준비중이다. 고속철도 공사가 10년 넘게 걸렸으니까 10년 넘게 준비만 했다는 초라한 성적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전에 준비했다가 또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준비에 들어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어떻게 대응해 지역발전으로 이어갈 것인지 뚜렷한 계획이 없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고속철도가 익산에 서면 자연스레 지역발전으로 이어질까. 일각에선 아무런 준비없이 개통되는 고속철도는 호남의 3대 도시인 익산이라는 명성을 깨뜨릴 위험도 있다고까지 경고한다.
△지금껏 뭐했나.
익산시는 민선 6기 박경철호가 출범하면서 KTX역세권종합기본계획수립 용역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께 시작된 이 용역은 올해 말쯤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호남고속철도가 4월 개통하게 되기 때문에 호남고속철도가 쌩쌩 달리고 상황에서 그 여파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는 뒤늦은 계획이다.
익산시는 이 기본계획 용역을 통해 역세권 주변 개발방안의 윤곽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서울과 1시간, 전국 반나절 생활권이 됐을 때 익산역 주변은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익산시는 앞서 지난 2010년 국토해양부 시범사업에 응모한 후 2011년 10월 개발계획 수립용역을 추진해 2013년 2월 용역결과를 도출해 냈었다.
이 결과를 토대로 KTX익산역과 대중교통이 연계된 환승시설에 2200억원을 투입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교통중심도시로의 거듭나겠다고 발표했었다.
구체적으로 고속·시외버스가 들어서는 환승시설과 컨벤션센터와 호텔, 백화점 등 상업시설을 갖춘 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민선 6기 들어 전면 수정됐다.
수정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 셈이다.
△희비 엇갈린 타지역 사례
고속철도를 둘러싼 지역발전과 경제후퇴를 가져온 사례들은 국내에서도 쉽지 찾을 수 있다.
부산은 KTX개통으로 관광객 유입과 비즈니스 분야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 부산은 고속철도 개통에 앞서 지역이 가진 관광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등 관광객 유치 전략을 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고속철 개통은 교통수단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서울에서 부산을 찾는 관광객은 40%가 항공을 이용했지만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58%의 관광객이 KTX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항공과 버스업계는 울상을 지었다.
부산과 달리 고속철도 개통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 지역은 상권 붕괴는 물론 극심한 ‘빨대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구는 KTX개통 5년 후 설문조사에서 수도권에서 의료와 교육, 쇼핑, 문화예술을 이용했다는 응답률이 80%선까지 치솟았다.
유통과 의료, 문화예술 분야는 짧아진 시간대로 쉽게 이용할 기회가 마련되는 현상으로 이어지며 역세권 주변 상권은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이처럼 고속철도 개통을 미리 준비한 자치단체는 발전의 기회로 삼는 반면 준비가 부족한 지역은 고속철도 개통으로 큰 피해를 보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장기적 계획 수립해야
하루 반나절 생활권으로 접어들게 하는 고속철도 개통은 단순히 방문객들을 위한 교통수단을 뛰어 넘는다.
예컨대 서울에서 근거리 대학을 선택할 경우에 가장 먼저 지하철 개통 여부를 따지는 것과 유사하다.
수도권에선 지하철이 지나는 곳을 위주로 대학을 선택했다면 앞으로는 좀 더 폭넓게 고속철이 서는 곳까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반나절 생활권이란 결국 얼마든지 통학이나 통근,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익산시가 고속철도 개통에 대비해 용역에 돌입한 대목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발길을 끌어들이는 유인책이다.
앞서 부산은 관광에서 재미를 봤지만 대구는 수도권과 경쟁이 필요한 쇼핑과 교육, 의료, 문화예술로 맞서 80%이상의 지역민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빨대현상이라는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경쟁력을 갖추진 못하면 결국 고속철도의 개통은 약이 아닌 독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내달 고속철이 개통되고 연말에서야 고속철 대응전략이 마련되는 뒤늦은 역세권 개발에 속도감 있는 추진은 물론 지역의 차별화 된 전략을 마련하는 초석을 올해에는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 박경철 시장 '역세권 개발 구상' - "다양한 상권 형성 지역 경제 활성화"
“고속철도 300km시대에 맞춰 익산의 미래를 조망하는 역세권 종합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익산의 도시 재생은 물론 구도심 활성화, 익산 전역의 도시발전 전략을 담은 향후 100년 앞의 익산시를 담아 낼 계획입니다.”
박경철 익산시장은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KTX역세권 개발을 속도감보다는 충실한 설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역세권 주변의 복합환승센터와 역세권개발 기본계획이 수립되었지만 단순히 땅을 뒤엎고 쇼핑몰이나 백화점을 짓는 단순한 경쟁력을 뛰어넘는 익산만의 독특한 개성을 담아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취임이후 이런 구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기본계획용역을 지난해 11월 발주해 분기별 중간조사결과를 보고받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열악한 지역 재정을 고려, 정부의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한 정부의 지원도 이끌어 낼 계획이다.
이런 계획대로라면 올 11월 용역결과가 나오고 2016년 상반기부터는 도시재생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을 수립해 2017년부터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은 “호남선과 전라선, 군산장항선 등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철도가 교차하는 철도인프라를 구축하게 됐다”며 “역세권개발을 통해 다양한 상권이 형성되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 제2의 도약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도심과 낙후된 역세권 활성화와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역세권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켜 익산을 신한류 거점도시로 도약시켜 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