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광고총량제' 부작용 눈감을 건가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지상파 광고 총량제 도입 등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무척이나 실망스럽다. 방통위는 엊그제 새해 업무계획에서 “지상파 방송을 위해 광고 총량제의 허용, 가상·간접 광고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지상파 편향의 방송광고정책 개정안은 매체 간 균형발전과 형평성을 외면하고 사회적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면서 특혜시비마저 나타나고 있다. 광고 총량제가 지상파의 손만 들어주고 신문이나 잡지,통신,케이블TV,인터넷신문 등 다른 미디어들의 경영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광고 총량제는 전체 광고량만 정하고 각 방송사가 시간·횟수·길이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제도다. 이 방식이 도입되면 현재 한 시간당 6분까지 가능한 프로그램당 광고를 50% 더 늘려 9분까지 내보낼 수 있다. 한 시간짜리 예능프로나 드라마를 보는데 시청자들은 지금보다 12개 많은 광고를 봐야 한다. 지금도 지상파(계열사 포함)가 방송 광고 시장의 약 70%를 독과점하는 상황에서 광고 총량제의 도입은 지상파에 광고를 몰아주어 독과점 구도를 더욱 강화할 것이 뻔하다. 그러니 미디어 시장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심화가 걱정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광고 총량제가 실시될 경우 광고주의 81.7%가 신문·유료방송 등 다른 매체의 광고비를 줄여 지상파의 광고비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신문업계의 연간 광고물량에서 따져보면 연간 1000억~2800억원의 신문 광고비가 지상파로 빠져나가 신문광고 매출의 10~20%가 줄어들게 된다. 최대 4000억~5000억원의 광고물량이 지상파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 새로운 언론환경에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문 산업의 존립기반마저 위협하는 것이다. 미디어 시장의 지형을 해체해 재편성하는 양상이다.

 

이렇게 중대한 사안임에도 방통위가 독단으로 밀어붙이는 목표와 의도는 과연 뭘까. 추진 주체가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보도채널만을 규제하는 방통위가 전체 미디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송광고정책을 추진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미래창조과학부 등 관계 부처와 긴밀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분명 월권행위이다. 사실상 부적격자가 정책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난맥상이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방송광고정책은 타 매체에 미치는 부작용 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