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업화로 토양 보전·관리 소홀
단시일 내에 도시화와 산업화를 이뤄낸 우리나라의 경우 흙의 보전과 관리에 소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국민들의 먹을거리를 생산해 왔던 농토는 상당부분이 공장 등 산업시설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도 신도시 건설 및 택지개발로 인해 흙이 있던 자리가 아스팔트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흙은 농산물 생산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현실이다.
흙은 대기, 물, 생물과 함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생태계의 구성요소이며, 이 요소들 간의 순환 고리가 건전하게 연결되지 않으면 지구생태계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6월 제주에서 개최된 ‘세계토양학 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흙에 대해 많이 알리고 교육시키는 것이 지구 생태계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한바 있다.
국제연합(UN)산하 기구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은 우리의 흙은 지금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도시의 확대, 숲의 황폐화, 무분별한 토양의 사용과 관리,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을 지목한바 있으며, 흙의 중요성에 대해 공공기관에서 교육과 효율적인 정책과 행동지지를 주문한바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국제연합(UN)은 2013년 12월 6일 제68차 정기총회에서 2015년을 세계 흙의 해로 결의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흙의 날 제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된 것은 국제연합의 추진하고 있는 흙살리기 운동에 동참하고, 우리 국토를 보전한다는 취지에서 의미가 크다.
모든 자연자원이 그렇듯 흙 또한 현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흙을 보전하며 깨끗이 이용하고 미래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흙의 날 제정은 흙을 살리고 보전하기 위한 필요. 충분조건이 아니라 그 시발점이 돼야 한다. 단순한 법정기념일 제정 이상의 정책적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더불어 국민들의 흙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2013년 곡물자급률이 23.1%로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쌀을 제외한 나머지 곡물은 모두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우수 농산물 공급 위해 흙 생명력 강화
식량의 안정적인 수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지이용률 제고와 토양을 비옥하게 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우리의 식량안보를 든든히 하기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 흙의 생명력을 강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흙의 날 제정을 통해 우리의 토양을 보전함과 더불어 국민에게 우수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기반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또한 국민모두가 우리 농업과 농촌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농촌을 지키며, 흙과 함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리는 농민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농민여러분들이 노력한 만큼 결실을 거두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