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하고 싶은 일해서 좋겠다, 나는 아직 꿈이 없어...” 그 말을 들었을 때 처음 알았다. 꿈이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 꿈을 이루는 게 아니며, 하고 싶은 일을 아직 찾지 못한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난 지금까지 꿈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돈이 드는 일도 아니고, 허황한 꿈을 꾼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 결국 그 친구에게는 어떠한 말도 해주지 못했다. 다들 번듯하게 하고 싶은 일하며, 잘들 살고 있겠거니 싶었는데, 내 주변에 꿈이 없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20살이 되어, 가고 싶은 대학을 정할 때도 그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취업 준비를 할 때마저 부모님의 뜻이 아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틈이 우리에게 있었던가?
나의 지인 중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하나 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삼성에 취직 하는 거요!” 라고 대답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6학년도 아닌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이 벌써 취직이라는 단어를 알고 쓴다는 게 기분이 묘했다.
내가 그 나이 때는 꿈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남들이 다 한번 씩은 꿈꾸던 운동선수부터 시작해 변호사, 방송국PD, 잡지 피처에디터, 음악가, 영화감독 등의 장래희망으로도 모자라 나중에 크면 살고 싶은 집까지 그리곤 했으니까.
그 중에 하나라도 이루면 돈과 행복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으로 생각했건만. 막상 재능을 인정받고 음악가가 되었더니, 그 꿈에 ‘돈 잘 버는’, ‘유명한’ 같은 수식어가 하나 더 붙어야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러고 보니 초등학교 1, 2학년 꿈이 ‘취직’ 이라는 것도 이제 서야 좀 실감이 난다.
그래도 꿈이라면 크면 클수록 좋고 그런 거라도 좀 있어야, 살면서 어떤 욕심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내가 부럽다는 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혹은 다른 누군가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부럽다고 말한다면 이거 해도 똑같다는 대답 대신, 그냥 아무 말 없이 한번 안아줘야지 싶다.
‘아름다운 꿈’ 같은 건 옛말이 되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그 이후에 어떻게 돈을 벌어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가를 여전히 고민해야 하는 요즘 세상에선 결혼하는 것도 큰 꿈 중에 하나가 되었고,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한다 해도 내가 낳은 아이마저 내가 살아온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까 싶어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요즘 TV를 틀면 자주 보이는 연예인 아빠들이 아이를 키우는 프로그램처럼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이런 방송에서 나오는 그들의 일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부모님이 직장에 나가 밤늦게 퇴근하고, 그걸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이 나오는 장면 같은 건 없다. 앞서 말한 방송 에서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말은 말 그대로 꿈같은 이야기겠지.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것이 나의 두 번째 꿈이라면, 꿈을 꾸는 것은 정말 잠을 잘 때나 가능한 일이 되어버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