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독자적인 추상회화를 구축한 고(故) 임상진 화백(1935~2013)의 회고전이 열린다.
전북도립미술관은 다음달 19일까지 완주군 구이면에 있는 상설전시실에서 ‘임상진’전을 진행한다. 개막식은 오는 13일 오후 4시.
이번 전시는 지난해 임 화백의 유족이 도립미술관에 기증했던 고인의 작품 27점 가운데 12점을 골라 내보인다. 전시되는 작품은 도내 미술사 정립을 위해 재조명이 필요한 작품이라는 게 도립미술관의 설명이다.
작가의 초기작인 1958년도와 1960년도 작품과 2000년대 후반 작품이 선보여 작가를 연구하는데 주요한 자료로 꼽힌다. 그의 추상화는 후기 인상주의 또는 향토성 짙은 그림이 주류였던 전후 도내 화단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후문이다. 시대적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예술의 순수성과 독자성을 추구했다는 해석이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 1950~60년대 성행했던 앵포르멜(Informel, 부정형) 성향의 유색 작품 2점과 흑백톤의 대형 추상작품이 포함됐다. 정신적 절대성을 추구하며 앵포르멜의 화려한 색채를 넘어서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거부하는 추상 정신을 반영해 점점 단순해진 표현의 변화를 살필 수 있다.
‘생명의 노래’ 연작의 경우 흰 바탕에 검정 유화로 먹의 흔적처럼 굵은 곡선을 표현했다. 생명의 본질을 흑과 백으로 나타내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전했다. 이후 2000년대 후반의 작업에는 옅게 깔린 미명(微明)을 배경으로 흑과 백에 유색을 첨가한 작품도 볼 수 있다.
임상진 화백은 강원 원주 출신으로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성남고, 한성여고, 수도여사대 부속고, 중경고 등 서울·경기지역에서 교사를 했다. 1974년부터는 추계예술대에서 부교수, 1982년 전북대 미술교육과의 초대 교수로 부임해 2000년까지 미술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이 가운데 프랑스 파리비엔날레전(1967), 브라질 상파울로비엔날레전(1969), 조선일보 현대작가전(1988) 등 국내·외에서 추상작가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그를 추억하는 회상이 곁들여져 의미를 더했다.
전북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박인현 전북대 예술대학장은 “제자를 사랑하는 교육자로서 타의 모범이 됐다”며 “선생은 제자들에게 각별한 열과 성을 다해 지도하며 학생들에게 절대적인 존경을 받았다”고 전했다.
제자인 소찬섭 조각가는 “기억 속에 항상 머리카락도, 옷도, 마음도 하얀 선생님이다”며 “제자 사랑이 남달라 전시회나 교내·외 행사에 학생들이 있는 곳이면 늘 함께 했다”고 들려주었다. 그는 이어 “때로는 강한 어조와 사명감으로 무장한 교육자로, 때로는 인자한 부모님의 모습에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토닥이셨다”며 “유독 흰색과 검은색을 좋아했던 선생님은 적당함보다는 명확함을 선호하고 비겁함과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분이셨다”고 덧붙였다.
도립미술관 장석원 관장은 “이번 전시는 도내 미술사를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며 “앞으로도 작품을 기증한 분의 명예를 위해 회고전과 함께 도록 등을 만들어 그 뜻을 기리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