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해외 자원개발였나

▲ 전정희 국회의원
지금 국회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100일간의 일정으로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회가 이명박 정부가 수십조원의 국민세금을 쏟아부은 ‘묻지마 투자’에 대한 문제점을 조사하고 나선 것이다.

 

자원빈국이자 자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와 국민경제 차원에서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자원 확보를 해야 하는 숙명에 처해있다. 따라서 해외자원개발은 반드시 우리나라 자원 확보와 수급에 기여하고, 유가 등 에너지 요금 측면에서 국민 편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 '묻지마 투자' 국정조사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범정부적으로 추진됐고, 내실이야 어찌됐든 ‘자주개발률’ 목표치 달성을 위한 실적만 강조됐다. 자주개발율 실적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돼 기관장의 연임과 소속직원의 성과급으로 이어졌다. 공기업의 모럴 헤저드가 바닥을 친 셈이다. 이렇게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해외자원기업을 무조건 인수하고 투자하라고 압박을 받은 가스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는 외형적으로 덩치는 커졌지만, 부채가 급증해 빌린 돈의 원금은커녕 이자 감당도 벅찬 상황이 되고 말았다.

 

현재 석유공사는 2007년 3조6829억 원이었던 부채가 2012년 말 17조 9831억 원으로, 가스공사는 2007년 8조 7458억 원이었던 부채가 2012년 말 32조 2527억 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광물자원공사는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과 멕시코 볼레오 구리 광산사업 단 두 곳에만 2조 5749억 원을 투자했다. 광물자원공사 법정자본금 2조원인데, 자본금을 넘어서는 액수이다. 향후 국회에서 광물자원공사의 자본금 증액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파산절차를 밟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또한 가스공사의 캐나다 천연가스 사업(혼리버/웨스트컷뱅크), 석유공사의 캐나다 유전사업(하베스트社 인수), 광물자원공사의 멕시코 구리광산 사업(볼레오)은 투자 인수과정에서 낮은 경제성을 부풀리고 내부수익률을 조작하는 등 거짓보고를 일삼았다. 또 기업 인수합병(M&A)과정에서 상대편에게 패를 보이는 어리석음을 범해 수조원의 국부 유출이 이루어졌다. 자원외교라는 명목으로 맺은 각종 MOU는 우리 정부가 반드시 투자할 것이라는 것을 노출시켜 시세보다 비싼 값에 불리한 계약이 체결됐고, 그 결과 수조원의 손실이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전가됐다.

 

국정조사가 진행될수록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은 양파껍질 벗겨지듯 수많은 문제점과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여당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노골적으로 이명박 정부 편들기와 참여정부 때 해외자원개발사업의 흠집내기를 통해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2월 한달 5일간에 걸친 기관보고 과정에서 정부, 여당, 자원공기업은 합심해서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부실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이번 국정조사를 계기로 면죄부를 받고 각종 문제점과 지적사항을 털고 가겠다는 것이다.

 

엉터리 자원 외교 공기업 퇴출 마땅

 

이대로는 안 된다. 비상시 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석유 한 방울이 없는데, 수십조원이 투자되고도 90% 이상을 손해볼 게 뻔한 자원개발사업을 하고도 잘못한 게 없다고 하는 후안무치한 정권을 어떻게 두고 볼 수 있단 말인가.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 정부, 오직 정권의 치적쌓기에 봉사하는 공기업은 퇴출돼야 마땅하다. 이번 국정조사는 자원공기업이 진정으로 국민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해외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