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볼 게 있다고 이렇게 오는지…. 차라리 한옥마을 없는 게 나아요.”
대화는 그게 다였다. 한편으론 다시 묻고도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한옥마을 덕택에 전주가 자랑스러운 곳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지. 물론 칭찬 일색의 반응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한옥마을에 대한 하대(下待)나 편견이 도시 이미지 저하라는 부메랑으로 온다는 사실 또한 알아주길 바랐다. ‘I love New York’이라는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뉴욕시민들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내 고장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외에도 한옥마을이나 전주에 대한 부정적 편견은 다양하다. 대표적 사례가 전주비빔밥이다. 전주 아낙들의 손맛, 음양오행 이치와 역사적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진 일품 요리이지만, 현실에선 파스타 한 그릇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는다. ‘전주비빔밥은 비싸기만 하고 먹을 게 없다’는 말의 출처가 전주시민일 때면 아쉬움은 더해진다.
더욱 안타까운 건 전주음식을 향한 이중적 잣대다. 비빔밥이나 한정식은 비싸고 먹을 게 없다고 하다가도 한옥마을 음식의 변화엔 냉소적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일부 있다. 물론 인스턴트나 불량재료를 사용하는 먹거리는 배척해야 맞다. 하지만 새로운 음식문화를 국적불명의 것이라고 폄하한다면 세계적 음식도시를 표방하는 전주가 타이나 일본처럼 다양한 변용(變容)으로 자국음식 세계화에 성공한 국가를 따라잡는 건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더. 한옥마을의 정취를 보존하려면 방문객을 줄이고 고급문화를 뿌리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을 가끔 접한다. 애정 어린 심려는 이해하지만 과하다는 느낌도 받는다. 이미 한옥마을은 한 해 60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성장했다. 한옥마을의 출입을 제한하자는 주장은 오히려 문화에 대한 취향과 전문적 식견을 내세우려는 ‘구분짓기’로 비춰질 소지가 크다는 생각도 든다. 진정 한옥마을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정체성과 매력을 더 많은 다수가, 더욱 편안하게 누릴 수 있도록 수용태세를 개선하고 시민과 함께 창조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효과적이라 본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서 <프레임> 에서 미국의 신학자인 찰스 스윈돌을 인용해 ‘객관적 사실은 인생을 통틀어 겨우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그 일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라고 했다. 그만큼 관점이 우리의 인식을 좌우하고, 객관적 사실을 바꿀 수도 있는 핵심 요소라는 의미일 터이다. 프레임>
한옥마을과 전주라는 위상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전주한옥마을이 한국인을 위한 치유공간이 될 것인지, 단순 관광지가 될 것인지는 우리의 시선과 반응에 달려 있다. 유홍준 교수가 말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여기에 ‘사랑하는 만큼 더 커지고 믿는 만큼 이뤄진다’는 말을 보태고 싶다. 우리가 알려고 하는 만큼, 사랑하는 만큼, 믿는 만큼 전주의 매력은 더 잘 보일 것이고, 가치는 더욱 풍부해지리라. 이 아름답고 소중한 도시를 더 많은 이들과 오랫동안 공유할 수 있는 비법은 결국 우리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