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vo~! Wonderful”(브라보~! 원더풀)
지난 17일 저녁 전주시립교향악단의 ‘204회 정기연주회’가 열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은 떠나갈 듯한 박수와 환호로 가득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한 공연장은 관객이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차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표를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첫 곡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부터 앵콜곡인 차이콥스키의 발레곡 ‘호두까기 인형’ 중 러시아의 춤 ‘트레팍’(Russian Dance ‘Trepak’)까지, 연주는 시종일관 생기 있고 경쾌하게 진행됐다. 익숙한 멜로디와 흥겨운 선율 앞에 클래식이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은 관객 누구의 표정에서도 읽을 수 없었다. 러시안 댄스 ‘트레팍’은 영화 ‘나홀로 집에’ 중 ‘케빈’의 가족이 시간에 쫓겨 공항을 뛰어다닐 때의 배경 음악이다.
무대를 가득채운 오케스트라는 여러 부품이 맞물려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는 하나의 자동차를 보는 듯 했다. 올 초 전주시향 부임 후 시민 앞에 첫 선을 보인 최희준(42)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곡의 강약과 빠르기를 조절하며 전주의 ‘롤스로이스’를 마음껏 운전했다.
관객 10여명의 기립과 함께 그칠 줄 모르던 앵콜 박수는 최 지휘자가 악장의 손을 잡고 무대 뒤로 들어가고서야 멈췄다. 새로운 지휘자가 취임 기념 연주회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최 지휘자는 앵콜을 받으며 “호응이 좋으시다. 전주에 대한 첫 인상이 참 좋다”고 인사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도 끝까지 연주회를 지켜보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공연은 최희준 지휘자의 음악적 색깔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간접적인 지표가 될 전망이다.
첫 공연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려는 듯, 윤혜리 서울대 음대 교수가 협주한 모차르트 플룻 협주곡 제1번을 제외한 모든 곡의 연주에 타악기를 비롯한 관현악단 전원이 참가했다. 또 모든 현악이 ‘피치카토’(pizzicato) 주법을 쓰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 3악장과 ‘피가로의 결혼 서곡’ 등의 선곡에서 나타나듯, 최 지휘자가 클래식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흥미와 신명을 주는 음악으로 시민들에게 가깝게 다가서려 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이날 공연을 지켜본 한 음악인은 “시향 음악이 지휘자가 바뀐 후 예전보다 재미있고 명랑해졌다”며 “ ‘피가로의 결혼’이 희극이듯, 최 지휘자의 전주 생활도 희극이기를 바란다. 시향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주시향이 지역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얼굴’로 시민들의 호응과 애정을 이끌기를 바라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기대를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