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분 옆 밭두렁에 불을 붙인다
부러진 억새 잎이 축축하다
손바닥만 한 불씨가 남풍에
내 키를 훌쩍 넘어 혀를 날름거린다
생솔가지를 치켜들고 힘껏 두들겨도
도무지 잡히지 않는다
들을 건너 산에서 산으로 속진하는 불꽃
나는 눈을 뜰 수가 없다
입 속에서만 맴도는
산불이야 산불!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앞산 뒷산,
벚나무에 활활 불이 붙은 뒤였다
내면 저 깊숙한 곳
사그라진 줄 알았던 불씨가 새삼 타오르는 날
△생솔가지를 치켜들고 힘껏 두들기는 건 봄바람에 꽃분홍 물든 마음이리라. 산불보다 더 빠르게 번지는 벚꽃의 열정을 누가 막는단 말인가. 뜨거운 그리움을 등에 업고 토방을 나서는 사람. 그 헐렁한 신발에 불씨를 지피고 있으니 그것이 꽃불이다. 시인 이소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