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 KTX 갖고 놀기

“오송역(충북) 분기에 따른 요금 추가 부담은 없는 게 정부의 원칙이다.” 2005년 호남선 KTX의 오송역 분기 당시, 오송역을 거치게 되면 19Km를 돌아가게 되고 요금도 추가된다는 지적을 받자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한 약속이다. 추 장관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자 국토부는 “약속 이행 주장은 이해하지만 현재로서는 실천할 방법이 없다.”고 단도리쳤다. 한 나라의 장관 약속인 데도, 그것도 국회에서의 답변인 데도 하나마나한 소리로 깔아뭉개지고 있다.

 

201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 이전 당시에도 장관의 발언은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으로 결과됐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LH는 (전북의 요구대로) 분리 이전하는 게 맞다.”고 국회의원들 앞에서 답변했지만 불과 몇달 뒤 LH는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장관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 전북을 어린아이 달래듯 어루만지며 국토부가 자기주장을 관철시켜 나간 대표적인 두 사례다.

 

호남선 KTX가 경부선 KTX에 비해 ‘속도는 느리고 요금은 비싸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때문에 형평성과 지역차별 논란이 드세다. 서울∼부산 간 요금단가는 Km당 138원인데 비해 용산∼익산 간은 152원이다. 호남선 KTX가 느린 건 정차역이 많기 때문이고, 요금이 비싼 건 고속철 전용선 구간이 경부선보다 많기 때문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고속철 전용선 구간이 많으면 시간이 더 단축돼야 하는데 오히려 시간은 더 느리고, 요금은 더 비싸다는 데에 있다. 또 호남선과 경부선이 분기되기 전인 서울(용산)∼광명∼천안∼오송역까지의 정차율이 엇비슷해야 형평에 맞을 터인 데도 정차율은 호남선 68%, 경부선 51%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내달 2일 호남선 KTX 개통을 앞두고 요금논란이 일자 이번에는 국토부 철도국장이 호남선 KTX 요금 10% 할인을 약속했다. 장관이 갖고 놀더니 이제는 급을 낮춰 국장이 나선 모양새다. 장관도 식언하는 마당에 국장의 말을 신뢰할 수 있을까 싶다. 오송역 분기, 서대전역 경유, 요금 번복 등 호남선 KTX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뒷북대응과 안이한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 정치권은 돈 몇푼보다는 형평을 꾀하고 차별을 막을 근원적인 개선대책을 물고 늘어져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눈물의 호남선 KTX’는 계속될 것이다.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