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중 양국이 가서명한 한·중 FTA 협정문에 따르면 중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탄소섬유에 대해서는 17.5%의 관세가 부과된다. 반면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산 탄소섬유는 무관세 적용을 받는다. 똑같은 탄소섬유 제품을 교역하는 데 한국은 중국에 17.5%의 관세를 물고, 중국은 관세를 내지 않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 한·중 양국이 협정문에 본서명을 하고,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치면 현실화된다. 당장 내년부터 이같은 불균등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
탄소섬유는 그동안에도 불균등 관세가 부과됐다. 한국산이 중국으로 들어갈 때 17.5%, 중국산이 한국으로 들어올 때 8%의 관세가 적용됐다. 그런데 한·중 FTA 협정문에서는 중국산 관세를 아예 폐지해 버렸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국내 탄소섬유 기술력에 대한 허황된 자신감이거나 탄소섬유산업을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탄소섬유 생산량은 2013년 기준으로 5,700 톤에 불과하다. 효성과 태광 등이 불과 2∼3년 전에 양산체제를 갖췄을 뿐이고, 품질은 일본 도레이 탄소섬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주가 10년 전부터 탄소섬유 기술을 연구, 독자적인 기술력을 토대로 한 양산 체제를 갖췄지만, 도레이 탄소섬유 품질을 따라잡지 못했다.
탄소섬유산업 경쟁력 제고에 관심을 가져야 할 정부가 중국 탄소섬유의 경쟁력 제고 발판을 만들어 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잘못됐다.
중국은 2013년 기준으로 세계 탄소섬유 생산량 7만톤의 30%에 달하는 2만톤 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기술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매년 20% 정도씩 성장하며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이 일본 탄소섬유를 추격하듯 중국도 한국을 맹추격 중이다. 게다가 탄소섬유 시장은 고품질 시장만 형성돼 있는 것이 아니다.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이 무관세 경쟁력을 앞세워 대량 유입될 경우 국내 탄소섬유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은 뻔한 이치다. 중국 탄소섬유 기술력은 지속 성장하고 있다.
탄소섬유산업은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한 산업이다. 정부가 탄소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엇박자를 내면 안된다. 정부는 가서명한 협정문의 불균등 관세율 조항을 조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