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미술 팸플릿 전문 김철곤씨 "기회 없는 미대 졸업생 전시 후원 보람"

경제적 이유로 화가 꿈 접고 30년간 인쇄 사업 뛰어들어 / 번만큼 그들에 돌려주고 파 / 상금제도 준비 더 도움줄 것

▲ 김철곤 모던칼라기획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순수 예술을 전공한 신진 작가의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원이 아니면 기회가 없는 졸업생을 대상으로 후원 전시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7차례 도내 미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초대전을 연 모던칼라기획 김철곤 대표(55)는 “경제적 이유로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거나 장삿속에 이용되는 후배를 보면 안타깝다”며 “미술인을 상대로 매출을 올리는 만큼 일부는 돌려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자비를 들여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도내에서 미술 전시의 홍보물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업자다. 업자이기 이전에 미술학도였다. 이런 출신이 그가 후배를 응원하는 바탕이 됐다. 후배 사랑에 교동아트미술관은 전시장을 무료로 대관했고 미술품 운송 업체인 그림창고도 뜻을 같이 했다.

 

김 대표는 “용케도 후원전시의 참여자가 지금도 계속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각 대학 교수의 추천이나 졸업작품전의 홍보물을 만들면서 눈여겨봤던 학생에게 전시 초대뿐 아니라 작업실을 탐방해 직접 인터뷰하며 그들 스스로가 작품을 남에게 설명하는 기회도 부여한다”고 들려주었다. 그는 이어 “물론 사업과 연계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젊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꿈을 접어야만 했던 경험은 그에게 각인된 회한이다. 그는 미술 특기생으로 전주 해성고에 입학했지만 선친의 별세로 다니던 학교를 나와 전주상고에 진학했다. 낮에 인쇄소에서 일했고 야간에 수업을 받았다. 고등학교를 4년간 다닌 셈이다. 그림은 틈틈이 그렸고, 일을 하며 활판 인쇄술을 배웠다.

 

군 제대 뒤 고졸 취업의 한계를 느낀데다 다시 미술을 하고 싶은 열망에 86학번으로 전북대 미술교육과에 입학했다. 동기보다 6년이 늦은 입학이었다. 하지만 당시 제도가 바뀌어 임용 고시를 통과해야 교사가 가능했다. 그는 ‘미발령 교사 완전 추진 위원회(미발추)’로 활동하다 결국 다시 인쇄소에 들어갔다. 그는 3년 뒤인 1996년 자신만의 사업체를 차린 뒤 발빠르게 컴퓨터 프로그램을 익히고 도입했다. 미술 전공을 살려 색을 보는 눈이 유용했고, 인맥도 작용했다.

 

김 대표는 “팸플랫이 별로면 전시장에 인쇄물을 전달하기 싫을 정도다”면서도 “작가들이 홍보물을 보고 만족을 표시할 때는 그들보다 더욱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후원 전시에 좀더 내실을 기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다른 미술상처럼 직접 지원으로 좀더 보탬이 되도록 상금제도를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매년 4명씩 선별했는데 차후에는 숫자를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