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립민속국악원 '춘향을 따라 걷다'

서울·부산 등 전국서 발길 / 관현악단·독창 라이브로 / "100년뒤 또다른 전통될것"

▲ 지난 1일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에서 펼쳐진 ‘춘향을 따라 걷다’ 공연 모습.

남원시 어현동에 있는 국립민속국악원(원장 박호성) 예원당에서 지난 1일 무용단 상반기 정기공연 첫 무대로 ‘본향(本鄕)’이 올려졌다. ‘본향’은 소리의 본고장 남원만이 자신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용어다.

 

공연은 ‘춘향을 따라 걷다’라는 주제 하에 판소리 춤극이라는 새로운 장르 형태로 진행됐다. 남원의 인구는 약 9만명에 불과하지만, 공연장은 서울·부산 등지에서 온 관객들로 북적였다.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의 객석 2/3 이상이 들어찼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총 9장으로 구성된 공연은 각 막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잘한다, 얼씨구, 좋다’라는 추임새로 화답했다. 환호성 역시 컸으며, 신나는 선율이 흐를 때면 일제히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췄다.

 

통상 춤은 음원을 사용하는데, 연기적인 요소를 넣으면 춤극이 된다. 이날 공연은 가림막 뒤편에 국악 관현악단과 판소리 독창자가 라이브로 연주했다. 모든 장르가 한데 어우러진 공동적 작업인 셈이다. 퓨전이나 크로스오버와는 다른 의미였다.

 

박호성 원장은 “전통적 소재를 갖고 현대 대중들이 공감하는 것들을 만들고자 하는 게 국립민속국악원의 계획”이라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전통을 계승하면서 진흥·발전시켜 이 시대에 맞는 레파토리를 좇는 것도 우리 전통예술을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 보전 역시 100년 뒤 또 다른 전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춤극 특성상 해석이 막연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 원장은“너무 노골적으로 의미가 전달되면 예술의 창의성이 방해 받을 수 있다. 그 점이 오히려 더 흥미로운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남원테마파크 내 자리한 국립민속국악원에서는 단지내 외부 스피커에서 끊임없이 국악이 흘러나와 국악 성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민속 국악’은 보다 대중적인 국악이라는 의미로, 서울의 국립국악원은 궁중음악에 초점을 둔다. 올 1월에 취임한 후 국립민속국악원의 슬로건을 ‘전국을 무대로, 전국민을 관객으로’로 정한 박호성 원장의 의지가 어떻게 현실로 나타날지 기대를 갖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