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전북 지역 최대 식수원인 용담댐 상류에 있는 진안·장수군 하수처리장의 수질원격감시장치(TMS)를 조작해 오·폐수를 흘려보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점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하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진안·장수군, 새만금지방환경청 등도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정부합동감사 결과 수공이 진안·장수군 하수처리장의 TMS 측정값을 조작해 기준치를 초과한 오·폐수를 흘려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수공이 그동안 하루 100만 명에게 맑은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고 홍보해왔으나 이번 조사 결과로 신뢰도는 크게 추락하게 됐다.
TMS는 환경기초시설 방류수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등을 측정해 1시간마다 1번씩 환경공단 호남관제센터에 보고하는 장치다. 수질감시 차원에서 하루 처리량 700t 이상인 환경기초시설은 의무적으로 TMS를 설치해야 한다. 진안 하수처리장은 하루에 3000t, 장수 하수처리장은 2000t가량을 방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공은 TMS를 조작해 기준치를 초과한 물이 흘러나가도 허용치 이하인 것처럼 보고해 왔다. 정부합동감사반은 진안 용담댐 상류의 환경기초시설 방류수가 단 한 차례도 기준치를 초과한 적이 없는 점을 수상히 여겨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적발된 진안·장수군 하수처리장의 방류수는 전주와 익산, 군산, 완주, 충남 서천 등 지역 주민 96만여 명에게 하루 63만 7000t의 식수를 공급하는 용담댐(저수량 8억t)으로 들어간다.
수공은 지난 2005년 5월 1일 용담댐 상류 지역인 진안·무주·장수군과 통합운영관리협약체결을 맺었다. 2005년 5월부터 오는 30일까지 10년간 수탁을 받은 수공은 진안 30개, 무주 25개, 장수 22개 등 모두 77개 하수처리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수공의 TMS 조작과 관련해서는 방류수의 BOD, COD 등이 일정 기준치를 넘어설 경우 수공에서 초과 농도와 초과 양에 비례한 과태료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수공 조직 내에서 이 같은 사실을 묵인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내 452개의 하수처리시설 가운데 하수도법에 따라 TMS를 설치해야 하는 시설은 40개다. 민간위탁시설은 278개, 직영은 174개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로 나머지 하수처리시설에 대한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용담댐 수질현황은 물론 상류 유입 수질에 따른 용담호 수질 영향조사를 위한 조사를 하겠다”며 “앞으로 감사결과가 통보될 때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새만금지방환경청에 고발 등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환경부에 정부종합감사 당시 지적된 사례에 대한 실태 확인과 빠른 조치를 건의하고, 용담댐 유역의 하수처리시설 전수조사를 시행해 노후시설·용량부족시설에 대해 바로 조치할 방침이다.
수공 측은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인 사항으로 감사 결과에 따라 위반 사항이 나오면 관련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