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산자락
시린 세상 손 놓았던 나무들
연록의 햇살 한 움큼씩 거머쥐고
제각각 목숨 챙겨 일어선다
아침나절 천지가 생명을 바르르 떤다
보랏빛 자운영 꽃밭도 끌어다 펴니
나비들도 굽이쳐 온다
누이의 고운 수틀
꿩의 붉은 울음 띄워
눈부신 산이 뒤뚱거리며 내려오고
나는 그냥 그대로
두근거리는 봄의 심장이 된다
- 고통과 시련은 내 안에 받아들일 때 성장한다. 거부하면 추락한다. 아슬아슬한 역경의 삶은 뼈를 곧추세우며 산다. 눈보라 치는 겨울 목련나무가 그랬었는데, 움트는 숨소리에 표정이 밝다. 태양에 노출된 두근거리는 봄의 심장을 어쩌랴. 꿩의 울음에 화들짝 놀란 소식. 봄이 왔다. 시인 이소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