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허와 실] 원리금 상환 부담·과도한 자격 요건…서민에겐 '그림의 떡'

▲ 연 2.6%대의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지난달 24일 서울 남대문로4가의 한 시중은행에서 고객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민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촉진하기 위한 안심전환대출이 지난달 24일부터 1, 2차에 걸쳐 진행된 결과 모두 34만5000명이 33조9000억 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당장 내야하는 높은 상환비용(원금+이자)에 대한 부담과 과도한 자격요건 규제가 정작 저금리 매력을 반감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고정금리대출(원금상환), 정책자금대출, 1금융권 외 대출, 대출 받은 지 1년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 등은 대출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과도한 자격 규제가 서민들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수도권 이용자는 넘쳐났지만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지방 이용자가 저조해 지역별 형평성 문제는 물론 서민이 아닌 중산층 이상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라는 비난을 샀다.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자 정부는 햇살론과 바꿔드림론 등 정책성 서민금융 상품의 대출 금리를 전반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는 지난달 24일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촉진하기 위한 안심전환대출을 국민, 신한, 우리, 농협, 전북 등 16개 시중은행을 통해 출시했다.

 

6일 정부가 발표한 안심전환대출 실적 최종 집계는 33조9000만원으로 모두 34만5000명이 이용했다. 1차분(3월24일~27일) 안심전환대출을 통해 18만9000명이 19조8000억원을 신청했고 2차(3월30일~4월3일)에서는 15만6000명이 14조1000억원을 신청했다.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을 고정금리이면서 원금을 나누어 갚는 대출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올해 중 총 20조원을 한도로 운영하기로 했었다. 이후 정부는 1차 신청에 수요자가 대거 몰리자 20조원을 추가해 곧바로 2차 안심전환대출을 시행했다.

 

하지만 전북을 포함한 각 지방의 일선 시중은행 지점의 안심대출 전담 창구는 ‘썰렁’한 반면 전화 문의는 빗발치는 기현상이 빚어진 바 있다.

 

당장 내야하는 높은 상환비용(원금+이자)에 대한 부담과 과도한 자격요건 규제가 정작 저금리 매력을 반감시켰기 때문에 실수요자인 소득이 적은 서민층은 이용을 꺼리는 현상이 빚어졌다.

 

△전북 금융권 안심전환대출 실태

 

이달부터 당장 내야하는 높은 상환비용(원금+이자)에 대한 부담과 과도한 자격요건 규제가 소득이 낮은 서민들의 발목을 잡았다.

 

1차분에서 농협은행과 전북은행, 우리은행 전주지점 등 도내 일선 시중은행 지점에는 매일 3~10여명의 안심전환대출 상담자가 은행창구를 찾았고 이마저도 대부분 자격조건이 안 돼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화문의만 빗발쳤다.

 

2차분 역시 1차분보다 훨씬 더 적은 금액과 신청자가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했다.

 

안심전환대출이 모두 종료된 이날 수도권지역의 대출 전환 수요자들은 많은 반면 전북 등 농어촌지역의 수요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지역별 온도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안심전환대출의 대상자 자체가 수도권에 많은데다 원금과 이자를 분할 상환해야 하는 안심전환대출의 특성에 따라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도권 지역의 이용자가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 이상은 별다른 무리 없이 원금 상환과 함께 이자를 감면받는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월 급여만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직장인에겐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것이 버거워 사실상 서민정책이라는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난데는 과도한 자격 규제로 고정금리대출(원금상환), 정책자금대출, 1금융권 외 대출, 대출 받은 지 1년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 등은 대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다음 달부터 곧바로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해야 해 소득이 적은 서민층은 사실상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되기 어려웠다.

 

신혼부부의 경우 가계 문제로 남편이 소득이 없는 부인 명의로 대출을 받았을 경우 안심전환대출 자체가 안 될뿐더러 직장을 퇴직해 소득이 없는 노인층의 경우도 아예 안심전환대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외에도 향후 정부정책이나 금융시장 변화에 따라 저금리 대출 상품이 나왔을 경우 안심전환대출 대상자가 대출을 갈아타기 위해서는 3년이 지나야만 중도상환금을 면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북 금융권 안심전환대출 실적 저조

 

안심전환대출이 종료된 6일 도내 금융권 이용 현황을 알아본 결과 도내에선 97개의 지점을 갖춘 전북은행이 1, 2차 합계 모두 1056명이 884억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차분에서는 740명이 657억을, 2차분에서는 315명이 227억을 신청하는 듯 금액으로 볼 때 전국 비중의 0.5% 이하를 밑돌았다.

 

도내 36개 지점을 갖춘 농협은행은 1, 2차 합계 모두 1318명이 968억을 신청했으며, 1차에서 708명이 551억, 2차에서는 610명 417억 이었다.

 

일선 시중은행 지점까지 고려할 때 도내에선 1, 2차 모두 2000억여 원이 승인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국 승인금액 34조의 0.58%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소득이 적은 전북권 대출자들은 사실상 안심전환대출 수혜에서 소외당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세청이 밝힌 직장인 평균 연봉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연봉은 2960만원이며, 전북은 350만원이 적은 2610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직장인 평균 연봉은 3185만원으로 월등히 높았다.

 

이와 관련 이날 금융위원회는 이번 안심전환대출 승인 대상자 평균 소득이 4100만원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처럼 현실에 맞지 않는 안심전환대출의 과도한 자격 문제가 잇따랐지만 정부는 이번 기회가 ‘대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새로운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하고 정책 대출의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심전환대출 후속책 마련되나

 

정부가 햇살론과 바꿔드림론 같은 대표적인 정책성 서민금융 상품의 대출금리를 전반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변동금리·만기일시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을 연 2% 중반대의 고정금리·균등분할상환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한 안심전환대출 혜택을 받지 못한 취약 서민계층을 겨냥한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햇살론, 바꿔드림론,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대출 같은 정책성 서민금융 상품의 금리를 상당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방안은 30% 수준의 저축은행·대부업체 상품을 10% 안팎의 금리로 낮춰주는 햇살론 전환대출이나 바꿔드림론 상품 등의 전반적인 금리 수준을 더 낮추는 게 골자다.

 

금융위가 인하 폭을 조율 중인 가운데 주요 정책 서민금융 상품의 최저금리를 2%포인트가량 낮추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제도권 금융사로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미소금융이나 새희망홀씨 대출 상품에 대해서는 수혜대상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대출 한도를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시상품인 햇살론과 새희망홀씨대출은 상시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책성 서민대출 상품을 성실하게 상환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이들에 대한 긴급 생계자금 지원 규모를 늘리고 50만원 한도의 소액 신용카드 발급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국민행복기금 등을 이용해 채무조정 중인 채무자가 중도에 탈락하면 채무조정 약정이 부활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테이블에 올라 있다. 임대주택 거주자 대상의 연 2.5% 금리 대출은 현재 한도인 1000만원을 2000만원 이상으로 늘리고 대상을 확대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