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중앙 부처에서 근무한 한 공무원의 푸념이다. 그는 자신은 물론 서울서 태어난 아들의 본적지도 전북 임실로 기재할 정도로 고향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렇지만 중앙 공직사회에서 소외된 전북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고 토로한다. 타 지역출신들은 씨줄날줄로 엮인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지만 전북출신 공무원들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때문에 남들이 퇴근할 때 야근해야 하고 휴무 때 특근 하는 등 2배 3배 더 노력해야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말 장관급 자리에 오른 한 고위 공직자는 자신의 프로필에 출신지를 아예 서울로 표기했다. 그가 도내에 근무할 당시에는 정읍이 고향이라고 밝혔지만 중앙으로 영전한 이후에는 출신지가 슬그머니 바뀐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중앙부처 공직사회에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시절에는 청와대를 비롯 장·차관 자리에 전북출신들이 대약진하면서 공직사회가 크게 활기를 띠었다. 재경 전북출신 공무원 모임인 삼수회를 중심으로 전북발전 비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운용하기도 했다. 중앙에서 활동하는 장·차관과 기관단체장 CEO 등 중량급 인사들은 모악포럼을 만들어 전북발전 싱크탱크와 인재풀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중앙 부처 장·차관과 핵심 부서에 전북인맥의 씨가 마르면서 공직사회도 위축되고 말았다. 전북 출신이라 하면 괜히 불이익을 받을까 봐 내색도 하지 못하는 게 재경 전북인들의 현실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힘을 모아야 한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 하느니라” 성경 전도서에 나오는 금언(金言)이다. 그렇지만 지금 같은 시련기에는 그들 스스로 일어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선배들이나 전북도와 자치단체, 재경 모임 등 외부에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대구·경북은 지역상공인들이 든든한 후원자다. 충청도는 실세총리 등장이후 중앙 공직사회에서 맨파워가 더 커지고 있다.
“요즘은 전라도를 ‘멍라도’ 라고 합니다” 전북 정치권과 사회 지도층은 이 말의 의미를 잘 곱씹어 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