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명의 사망자 및 실종자가 발생한 세월호 사고 이후 전북지역 자치단체들은 안전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너도나도 ‘안전’을 외쳐왔다. 그러나 지역안전도는 전국 최하위 수준을 맴돌고 있으며, 행정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위험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에 전북일보는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주간을 맞아 세월호 사건이 남긴 교훈이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진단해본다.
“그렇게 가까이 있었나요.”
학교 인근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 대한 위험성을 알아보기 위해 찾은 익산 A중학교. 이 학교를 중심으로 반경 1㎞ 이내에 위치한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은 11곳이나 된다.
이는 도내 학교 중에서 가장 많은 수치지만 학교 측은 이런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A중학교 교장은 “공장이 몇 개인지, 어떤 유해물질을 다루는지와 같은 주변 현황에 대한 공지나 알림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인근 공장에서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대책은 귀가조치가 전부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이나 당국에서 통보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유해화학물질 유출사고를 알 수도 없고 대처도 불가능하다는 게 교육현장의 목소리다.
12일 전북도, 전북도교육청, 새만금지방환경청에서 유해화학물질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전북지역 167개 학교 주변 1㎞ 이내에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익산 64곳, 전주 38곳, 군산 26곳 순으로 나타났으며 주변 1㎞ 내에 3개 이상의 화학공장이 위치한 학교도 41곳이나 됐다.
전북혁신도시와 전주 만성지구에도 초등학교 3곳, 중학교 2곳이 신규로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이 곳 인근 1㎞ 이내에도 불산·염산·질산·황산을 제조하는 중대형 공장이 있다.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될 경우 취급사업장 반경 1㎞ 이내에 화학물질이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매우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김제소방서 연구반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 연간 불산 취급량의 96%를 차지하는 익산 A공장에서 불산이 유출돼 풍속 1m/s에 따라 북쪽으로 확산될 경우, 900m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 불과 11분 만에 도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풍속에 따라 불과 수십초 만에 화학물질이 학교를 덮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도내 일선학교에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 대응 매뉴얼은 없다. 전북도교육청이 지난 2월 도내 학교에 보낸 ‘학교 안전대책 계획(안)’을 보면 화재, 태풍, 호우, 대설, 지진 발생시를 가정한 상황 대응만 제시돼 있을 뿐 화학물질 누출사고 대응지침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전북도교육청 학생안전관리지원단 관계자는 “화학물질 유출사고에 대한 상세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기에는 풍향, 물질 종류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엽, 최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