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 부여하는 일자리정책 필요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의 가치 보존 위한 일자리 정책 펼쳐야

▲ 강남호 원광대 경제학부 교수
엔트로피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국가경제가 회복되고 성장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실업률만 지속적으로 증가해 가는 이른 바 ‘고용 없는 성장’의 딜레마를 예측한 바 있다.

 

공장이 기계화되면서 ‘기계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로 희화화되었던 산업예비군에 대한 우려는 쇳덩어리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서비스업종의 대거출현으로 자본주의체제에 타격을 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로봇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새로운 경제적 공포가 노동의 종말을 예언하고 있다. 로봇은 쇳덩어리가 아니며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할 뿐만 아니라 사람보다 더 빠르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컴퓨터가 통제하는 인간보다 우월한 생산도구이다. 로봇에 의해 인간만의 노동의 영역이 침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리프킨은 앞으로 30년 안에 미국 전체의 생산물을 미국 전체 노동력의 2%가 담당하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는 경우, 지능화기술을 지닌 2%의 코그니타리아트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98%의 노동력은 갈데없는 실업자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은 우리를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유토피아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할 일없는 유휴자원으로 전락시켜 마약이나 폭력으로 얼룩진 타락의 일상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로 몰아갈지 모를 일이다.

 

이제는 노동과 일, 그리고 생산성과 인간으로서의 삶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이미 세계는 불황과 실업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문제는 심각하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무엇보다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십 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이라는 말이 사회를 풍자하고, 니트족(NEET: Not in Employment, Educat ion or Training)은 2013년 기준 약 163만 명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NG(No Gra duation)족의 경우에는 2013년기준 44.1%에서 2015년 기준 55.1%로 1.3배나 증가추세에 있다.

 

니트족이란 실업자이면서도 직업을 구하기 위해 훈련이나 필요한 교육을 받지 않는 비생산적인 젊은 층(15~29세)의 사람들을 말한다.

 

NG족이란 취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졸업을 유예하고 대학생이라는 학적을 유지하면서 취업이 될 때까지 취업준비를 지속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자리의 88%가 중소기업에서 만들어지는데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미스매치로 오히려 인력난에 고전하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 및 처우, 낮은 사회적 인식, 낙인효과(stigma effect)등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중소기업을 기피하게 한다.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고심하고 있다. 일자리공시제를 비롯하여 청년인턴, 해외취업·연수 등 다양한 정책들을 펼쳐보이고 있지만 정책적 실효성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너무 단기적이고 임기응변에 불과하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이면서도 다면적인 전략과 정책이 요구된다. 노동의 종말을 피해갈 수 있는 미래학적 고뇌까지도 정책적 패러다임에 포함시켜야 한다. 인간에게 있어 일이란 노동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적 관점에서 보다는 인간이란 존재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보존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철학적 차원에서의 일자리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