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판화로 다시 태어난 소설 '제망매가'

최명희문학관, 9주년 기념 삽화전 / 유대수 판화가· 황진영 화가 참여

                ▲ 유대수 作 ‘목청 하나는 타고났구나’

소설가 최명희 씨(1947~1998)의 미완성 소설 <제망매가> 를 그린 삽화전이 열린다.

 

최명희문학관은 개관 9주년 기념으로 혼불기념사업회 주최, 전주시·전주부채문화관 후원으로 2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전주부채문화관 지선실에서 특변 전시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는 판화가 유대수(52), 서양화가 황진영(33) 씨가 참여해 각각 판화와 펜화(라인 드로잉)로 10점씩 선보인다. 두 작가는 지난해부터 해당 소설을 읽고 전시를 준비했다. 소설 속 인물의 섬세하고 정제된 감성의 선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모든 작품의 제목은 ‘목청 하나는 타고 났구나’, ‘참말로 봄이 왔능게비구나’, ‘똑 흰 봉황새 맹이다’, ‘원혼의 지전을 타고 황홀하게 춤을 춘다’와 같이 소설에 등장하는 문장으로 정했다. 더불어 연재 당시 이우범 화백의 삽화 이미지도 만날 수 있으며, 소설에서 거론하는 일제강점기와 1960년대 전주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작품 속 내용도 발췌해 소개한다.

 

<제망매가> 는 1985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월간지 <전통문화> 에 8차례(원고지 640장) 연재됐지만, 잡지의 폐간으로 집필이 중단된 고인의 미완성 소설이다. 소설 <혼불> 의 제1부와 제2부를 쓰는 과정에서 집필했던 작품이다. 소설은 여성 명창 안향련에 얽힌 이야기다. 전주와 완주를 배경으로 소리꾼을 소재로 한 만큼 판소리와 춤, 무가와 무속신앙, 1960년대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문학과 민속, 음악과 춤, 지역학과 문화인류학적인 가치가 높다는 평이다.

▲ 황진영 作 ‘소리란 허망한 것이니라’

특히 전주천 일대를 중심으로 서사가 펼쳐진다. 남부시장, 완산칠봉, 한별당 아래 각시바우, 좁은목, 만마관, 남천, 서천, 초록바우, 솔밭점쟁이, 무랑물, 수도골, 용머리고개, 슬치, 은석골, 이서 애통이 등이 등장하며 주변의 민담과 설화, 민요와 굿 등이 묘사돼 있다.

 

작가가 “실제로 있었던 일을 소재로 삼았다”는 생전의 고백처럼 소설 ‘제망매가’의 등장인물 가운데 봉련의 소리 스승인 성산옥은 실제로 활동했던 소리꾼이며, 남부시장 천변 자갈밭에 포장치고 약을 팔던 ‘보명수 약장사 창극단’도 1970년대 중반까지 볼 수 있던 광경이다. 창극단의 송우석 단장도 실존 인물이다. 작품 속 인물에 대한 고증도 흥미롭다. 창암 이삼만과 추사 김정희의 만남, 한벽루를 지은 월당 최담, 신귀동·신귀득·신귀녀의 가계(家系), 소리꾼 권삼득·김채만·이날치·송만갑·김창환·김정문 등의 사연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