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제61회 전국 탁구남녀종별선수권대회가 열리던 전주 화산체육관.
단체전 결승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 노란 배지를 단 학생 세 명이 눈에 들어왔다. 1년 전 수학여행 길에 올라 단체로 학생들이 희생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교의 선수들이었다. 경기를 앞두고 어떤 마음가짐인지 조심스레 물었지만, 돌아온 것은 “선생님이 인터뷰에 대답하지 말라고 했어요”라는 답이었다. 지난 1년 간 언론들의 집중 조명에 대한 부담이 워낙 컸던 때문으로 보였다.
장외 분위기와 상관 없이 결승 경기는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먼저 상서고가 에이스를 앞세워 1, 2세트를 이기며 2대 0으로 앞섰다. 벼랑 끝에 몰린 단원고는 복식 경기인 3경기에서 박세리·노소진 조가 나섰고, 반전이 일어났다. 단원고는 복식 경기를 3대1로 잡았고, 이어 4경기 단식에서도 상대팀을 꺾으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여기에 5경기에서 단원고가 상서고를 밀어붙이자, 관중석은 흥분에 빠져들었다. 단원고 교사·학부모들은 일어서서 응원하기 시작했고, 상서고 팀은 이에 맞서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이날 경기를 관전한 한 전주시민은 “탁구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역전의 드라마가 계속 펼쳐지고 있는 데 대해 쾌감을 느낀다”면서 “아무래도 단원고에 힘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단원고 선수단들의 바람과 달리 결국 우승은 상서고에게 돌아갔다.
전광수 단원고 교감은 경기가 끝난 뒤 “우승은 못했지만 정말 멋진 경기 했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소식에도 이 대회 2연패를 일궜던 단원고가 3연패에는 실패했지만, 그간 흘린 피땀으로 1년 전 희생된 선배·동기생들에게 값진 준우승을 바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