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는 양력 5월 6일경으로 곡우와 소만사이에 들며, 24절기 가운데 일곱 번째 절기다. 이 무렵은 태양의 황경이 45°로서 덥지도 춥지도 않고 우리 인간이 살아가기에 아주 적합한 기후라 했다.
산과 들은 점점 초록빛으로 변해가고, 그동안 변덕을 부리던 날씨는 안정을 되찾는다. 연한 초록빛을 띠던 나뭇잎이 점차 진한 녹색이 되고, 농작물·곤충·풀 등 세상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나며 여름의 문턱으로 넘어가게 되는 시기다.
이 때, 농촌에서는 마련해 두었던 못자리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농사일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산간지방에서는 때때로 우박이 내려 옮겨심기 위해 씨앗을 뿌려 가꾼 어린 식물들이 피해를 입기도 하고, 높새바람의 영향으로 농작물이 말라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산간지방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 해의 풍흉을 예측해 보는 풍속을 행하기도 했다.
마을에 한두 그루씩 자라고 있는 이팝나무에 흰 꽃이 한꺼번에 잘 피어나면 그 해에 풍년이 든다 하였고,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이것은 입춘 때의 ‘보리 뿌리점’과 매우 비슷하다.
이맘 때 들판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쑥을 뜯어 쌀가루와 한데 버무려 시루에 쪄서 먹었다. 향긋한 쑥 냄새와 쫀득한 찹쌀이 잘 어울려 별식이었다.
이 때 산에서는 뻐꾸기가 울고, 들에는 온갖 나물들이 돋아나 입맛을 돋우었다.
이처럼 입하는 녹음이 무성하여 경치가 아름다워지는 절기이며, 온갖 나물들이 돋아나 입맛을 돋우는 때이다. 따라서 입하를 가리켜 ‘계절의 여왕’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때는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하며,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초하·괴하·유하라고도 한다.
입(立)자가 드는 절기는 4계절의 초입을 뜻하는데, 입춘·입하·입추·입동을 사립(四立)이라고 한다. 사립에 춘분·하지·추분·동지를 합하면 팔절(八節)이 된다. 팔절에 부는 바람이 팔풍(八風)이요, 입하에 부는 바람은 청명풍(淸明風)이라고 한다.
또한 여름을 주명절(朱明節)이라고도 한다. 청·황·적·백·흑(靑·黃·赤·白·黑)색이 오색(五色)인데, 이 중에서 붉은색이 여름의 색이기에 붉을 주(朱)자를 쓰는 것이다.
예기(禮記) 월령(月令)에는 옛날 황제(皇帝)가 입하 날에 남교(南郊)에서, 여름기운을 맞으면서 주명가(朱明歌)를 불렀다고 한다.
옛 세시기에는 입하 15일을 5일씩 3후(候)로 초 후에는 청개구리가 울고, 중후에는 지령이가 땅에서 나오며, 말 후에는 왕과(王瓜) 쥐 참외가 나온다고 했다. 음력에서는 보통 4, 5, 6월의 석 달을 여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입하 이후 입추 전날까지를 여름철로 규정 짖는다.
입하는 8절기의 하나로 여름이 다가온 것을 알리는 절기다. 위와 같은 풍조는 율력법이 제정된 이래의 행사로 옛 농경사회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