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성악가 윤기훈이 전주서 독창회 여는 사연 "장인·장모님께 감사 선물"

어려운 가정서 만학 / 아내 내조로 유학길 / LA오페라단에 입단 / 내일 소리전당 무대

▲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한 바리톤 윤기훈씨.

한양대 성악과 수석 입학·졸업 및 동대학원 수석 졸업, 제37회 중앙음악콩쿠르 1위(2011년), 제51회 동아음악콩쿠르 1위(2011년), 제1회 세일 한국가곡 콩쿠르 대상(2009년), 스페인 빌바오성악국제콩쿠르 1위(2014년), LA오페라 ‘플라시도 도밍고’의 커버(대리 역할).

 

한국을 대표할 차세대 성악가로 주목받는 바리톤 윤기훈(34)의 화려한 이력이다. 그가 8일 어버이날을 맞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독창회를 갖는다(오후 7시 30분).

 

전북 출신도 아닌데다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정상급의 성악가가 첫 독창회를 왜 전주에서 갖게 됐을까.

 

그 답은 오늘의 그가 있기 까지의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윤기훈은 어린 시절부터 영재교육을 받으며 탄탄대로를 걸은 성악가가 아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갑자기 집안이 기울어 공고를 택했다.

 

직장 생활을 하던 그에게 서울대 성악과에 다니던 교회 선배가 그의 재능을 보고 성악을 제대로 공부해 볼 것을 권했다. 달리 스펙이 없었지만, 3개월간의 집중적인 입시 준비로 한양대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24세의 늦깎이 신입생이었다.

 

대학 입학 후 전주 출신의 바리톤 고성현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국내 3대 콩쿠르를 휩쓴 그는 대학원을 마친 뒤 진로에 고민했다. 32세의 나이 때문에 유학을 선뜻 결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 한양대에 다니는 그의 여자 친구가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끊어와 그에게 내밀었다. 지난 2일 부부 가약을 맺은 그의 연인 최현정이 그의 음악 인생에 새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후 윤기훈은 이태리 베로나에서 도밍고의 성악 콩쿠르 ‘오페랄리아’에 출전하면서 도밍고의 눈에 띄었다. 결국 LA오페라의 도밍고-콜번-스타인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에 들어가 LA오페라단에서 도밍고의 커버로 활동하기에 이른다. 도잉고가 설립한 LA오페라의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은 평균 10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세계적 오페라 스타로의 등용문으로 통한다.

 

“오페라 가수가 꿈이었어요. 사람들이 제 노래를 집중해서 들어주는 것이 그저 행복합니다. 무대에만 서면 저절로 힘이 나요. 몇 달 동안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과정이 하루 공연에 다 날아가 버리거든요. 체질인가 봅니다.”

 

바리톤 윤기훈은 올 들어 LA필하모닉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진은숙)에서 오리 등 3개 역을 맡았고, LA오페라가 소규모로 공연한 파이지엘로의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피가로 역을 노래했다. 여름에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잔니 스키키’에서 주역을 맡게 되며, 9월 LA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서는 같은 역으로 도밍고를 커버하게 된다.

 

두 사람은 지난 2일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어버이날 기념으로 장인(최병곤)·장모(강은신·근영중 교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전주에서 독창회를 갖게 됐다. 문의 010 3922 56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