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 새만금

▲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
우리가 잘 아는 사자성어 중에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말이 있다. ‘큰 그릇을 빚으려면 오랜 세월이 걸린다’는 뜻이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토목공사라 불리는 중국의 만리장성은 춘추전국시대부터 나라별로 부분적으로 쌓아 놓았던 것을 진시황 때 하나로 연결시켰다. 이후에도 역대 왕조들이 계속 개수했으며 명나라 때 이르러 200여년 동안 무려 18차례나 수축돼 지금의 만리장성이 완성됐고 한다.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의 2/3, 싱가포르의 절반에 달하는 드넓은 땅을 세계가 부러워할 명품 도시로 건설해 가는 새만금 역시 긴 호흡과 안목이 필요하다. 2013년 9월 중앙행정기관인 새만금개발청이 출범하면서 새만금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어 작년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새만금 한·중경협단지’가 국가 아젠다로 채택됐고, 올 1월에는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양국의 국책 연구기관이 공동 연구에 착수했다.

 

이렇듯 새만금은 국책 사업의 위상을 확립하고, 한·중경협단지라는 거대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며 성공적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기대가 커지면서 성과 창출에 대한 조바심과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는 듯하다.

 

아직 땅보다는 물이 더 많이 보이는 새만금 부지와 최근 새만금산업단지 투자협약(MOU)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언론 보도 등에 한숨짓는 분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현실이다.

 

새만금은 사업 규모가 워낙 크고 기업 유치의 기반인 부지와 기업들이 원하는 기반시설 등을 조성 중에 있는데다, 아직은 미흡한 규제 특례나 인센티브 등을 정비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서 광범위한 투자를 이끌어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만금은 민원 발생의 염려가 없는 광활한 토지와 저렴한 지가, 중국과 가까운 최적의 입지 등 타지역에 비해 월등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동북아 경제 중심지’로의 전망은 우려와 달리 매우 밝다. 지금 당장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 낙심할 필요는 없다.

 

현재 새만금은 산업단지와 농생명용지의 매립 및 조성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고, 핵심 기반시설인 동서2축도로가 6월말 착공을 앞두고 있다. 남북2축도로와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 등도 조기 착공을 추진 중이다. 또 기업들이 원활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최소화하고, 무역 원스톱 처리, 금융·현금·임대용지 등 맞춤형 인센티브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투자 유치 역시 국내외 유망한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제대로 된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방향을 잘 설정해 현실감 있게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새만금은 이제 막 이륙하여 비상(飛上)을 준비 중이다. 아직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갈 길은 멀고 험하지만 희망은 커 보인다. 도민 여러분이 보시기에 다소 더디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너무 조급해 하지 마시고 새만금이 후손들의 입에 두고두고 오르내리는 ‘큰 그릇’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지혜와 정성을 함께 모아 주셨으면 한다. 더불어 새만금개발청 직원들이 흘리는 땀과 노력에도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