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부드럽게 하는 연습이니까 손목이 아닌 다섯 손가락으로 활을 돌리세요. 손목이 움직이는 분은 다른 손으로 손목을 잡아 고정하세요. 처음에는 좌우, 그 다음 앞뒤로, 작은 원으로 시작해서 크게 돌려보세요.”
지난 20일 오후 5시30분 전주시 덕진구 전주천동로에 있는 우진문화공간에서는 우진스트링오케스트라 단원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나눠 20여명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바이올린 입문반의 연습실에서는 11명이 일어서서 바이올린 활을 곧게 세워 든 채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진땀을 흘렸다. 10여분의 손풀기가 끝나자 이들은 바이올린을 잡았다. 3번째 줄을 왼손의 손가락으로 몇 번 짚은 뒤에야 활을 켜 소리를 냈다.
강사인 글로리아스트링오케스트라 리더인 최영호 바이올리니스트(45)는 한 사람 한 사람 자세를 잡아주며 “활을 너무 빨리 올리지 말고 시계추처럼 다운, 업을 똑같이해 소리를 고르게 해야 한다”고 지도했다.
시민에게 클래식 악기를 가르치는 우진스트링오케스트라는 올해 처음으로 초보에게 문호를 넓혔다.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11월14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악기만 있으면 ‘이런 저런 이유로 배우지 못한 사람을 위한 무료 클래식 레슨’이다.
지난 2년간은 초보를 뗀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방학을 이용해 8주가량의 과정으로 실시했다. 올해는 진북동 주민을 중심으로 ‘왕초보’를 포함한 30명을 모집했다. 글로리아스트링오케스트라 단원 4명이 강사로 나서 악기와 오케스트라에 대한 기초 교육, 공연 관람, 오케스트라 연주를 강의한다.
악기가 없는 사람들은 연습용으로 나온 10만~30만 원대를 구입해 참여했다.
단원의 수준이 제각각이다보니 바이올린은 입문반, 초급반, 중급반으로 나눴고 첼로와 비올라는 시간을 분배해 개인 레슨처럼 이뤄진다. 각 반마다 온라인 채팅방을 만들어 수시로 궁금한 점을 묻고 ‘나머지 연습’도 한다.
여건이 여의치 않아 꿈을 포기했던 수강생에게는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환갑에 이루지 못한 바이올린 연주를 4년만에 다시 도전한 64세, 탱고를 추면서 음악에 관심이 생겨 첼로를 배우게 된 춤꾼, 자녀에게 악기 교육을 시키다 직접 배우고 싶어 등록한 엄마, 중·고등학교 때까지 배우던 비올라를 다시 잡은 주부 등이 함께 한다.
바이올린 연습실 옆 첼로반에서는 첼로 지판 윗부분에 붙인 빨간 스티커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연습하다가도 손을 털며 “아이고, 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강사인 김홍연 첼리스트(59)는 “집을 이사다니는 것처럼 왼손을 오르락내리락 하지 말고 밀듯이 손가락을 펴서 현의 위치를 짚으라”며 “손을 움직이면 전체적으로 반음이 내려간다”고 가르쳤다.
그는 “항상 하고 싶었던, 열망이 있는 사람들어서 배우려는 자세가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첼로반인 대학원생 한희정 씨(34)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악보를 처음 봐 ‘흰 것은 종이, 검은 것은 음표’인 상태여서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배우는 게 되고 있다”고 들려주었다.
한 씨는 이어 “융합적인 소양을 쌓기 위해 등록했는데,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논문을 쓰다 지칠 때면 첼로 연습에 몰입하는 정신적 외출을 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는 8월까지 각 파트별로 연습을 마치고 합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오는 11월14일 교육이 끝나는 날 연주회가 목표다. 혹여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더욱 연습에 매진한다.
친구와 함께 바이올린 입문반에 든 박은선 씨(41)는 “어렸을 적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는데 여기에 오니 아직도 늦지 않았고 해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며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배워 나중에 미니 가족 음악회를 열고 싶다”고 밝혔다.
최영호 바이올리니스트는 “갈수록 전공인은 줄고 일반인의 수요는 많아지는 추세다”며 “아마추어가 활성화되고 실력이 늘면 결국 클래식 저변이 확대돼 문화를 향유하는 층이 넓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