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과 신체 이식·봉합과정으로 통일

남북이 직접 대화 통해 교류하고 협상해야만 점진적 통일기반 구축

▲ 김원기 前 국회의장
70년 전 우리나라는 38선으로 국토가 분단되었다. 이 국토분단 3년 뒤 분단정부가 수립되었고, 2년 뒤엔 한국전쟁이 일어나 남과 북은 세계에서 가장 적대적인 관계가 되었다.

 

1953년 휴전 이후 남과 북은 전혀 다른 발전경로를 걸었다. 남한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속에서 경제·정치발전을 이루었고, 북한은 소련공산체제를 모델로 하여 전후 복구를 이루었다.

 

남한은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도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나라가 되었지만, 북한은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도 더욱 폐쇄적이고 전제적인 나라가 되었다.

 

분단 70년이 된 지금 남과 북의 경제력 격차는 40배에 달하고, 사회문화적인 차이도 하나의 민족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이질화되었다. 분단 70년,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우리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생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민족중심’의 사고로 남과 북의 체제적 이질성보다 민족적 동질성을 중시한다.

 

이 입장은 남과 북이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상호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상호 적대성을 해소하는 것이 통일의 핵심이라고 본다. 다른 하나는 ‘국가중심’의 사고인데, 남한이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했고 북한의 체제가 주민을 억압하고 있기에 남한의 체제를 북한으로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 국회상임위원회 활동의 일환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나는 줄곧 통일은 신체이식 및 봉합 과정이라고 주장해왔다.

 

북한체제는 지난 70년 동안 자주, 사회주의, 군사 등을 비대하게 발전시켜 왔다. 따라서 신체이식수술처럼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시스템과 사고방식이 이식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급격한 방식이 아니라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져한다.

 

또한 남북의 통일은 신체 봉합 수술을 하듯이 그렇게 통합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척추에 해당하는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정맥·동맥에 해당하는 지방자치제도 통일의 주역으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모세혈관에 해당하는 민간도 남북 간 교류협력과 통일의 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남과 북은 통일의 과정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고 비용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때 국가원로의 일원으로서 이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회의에서 나는 이명박 정부가 펼치는 ‘친중-반북’의 대북정책은 결국 남북협력의 가능성을 없애고 중국에 민족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한 적이 있다. 이러한 정책은 현재의 박근혜 정부에서도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분단의 직접적인 원인은 강대국에 있다. 통일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분단 70년이 된 지금 통일을 이룰 수 있는 힘은 우리 내부에 있다. 특히 우리가 북한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가가 통일을 좌우한다.

 

남과 북이 직접적으로 대화하고 협상해야만, 교류하고 협력해야만, 그리고 합의한 것을 지켜 신뢰를 쌓아야만 통일을 이룰 수 있다.

 

우리는 남과 북이 합의한 1972년의 7·4공동성명,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의 6·15공동선언, 2007년의 10·4합의서를 토대로 남북관계를 질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렇게 할 때 비로소 통일의 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