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교훈, 지배구조 개선

▲ 이헌승 전북도 경제분석자문관
세월호는 항해 중 침몰했다. 그 원인은 정말로 어이없었다. 더 큰 충격은 침몰에 따른 대응 이었다. 이는 우리를 참으로 비참하게 만들었다. 혹자는 우리사회의 시대 구분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본다.

 

우리사회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런데 그 침몰의 직접적 원인은 잘못된 항해 방향의 조타(操舵)였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은 저질스런 기업지배구조이다. 즉 핵심 문제는 불법, 부정 및 부패를 누적시키고, 경영을 잘못된 방향으로 조타한 지배구조의 후진성이었다.

 

기업지배구조는 서구사회에서 진화해왔다. 19세기엔 ‘가족형’이었다. 소유권과 경영권을 모두 가진 가족이 기업경영 의사를 결정했다. 20세기 초·중반엔 ‘경영자형’이었다. 기업이 커지고 복잡해져 소유자 대신 더 우수한 전문경영인이 의사결정을 주도했다. ‘권력 분립’이 이뤄진 것이다.

 

21세기엔 ‘대중형’이다. 기술진보·규제완화·세계화 등의 추세에서 전문경영인 혼자서는 역부족이고, 사회적 책임(CSR)과 수요자 가치도 중시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의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주요 경영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OECD는 1996년 ‘기업지배구조원칙’을 만들었다. 이 원칙에 따라 선진국에선 대부분 기업이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갖췄다. 심지어 공공조직과 민간단체도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6년에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대표적인 조직에서조차 의사결정기구로서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의 구성원을 ‘거수기’라고 혹평한다. 그만큼 경영방향을 잡아주는(direct) 이사(director)의 전문성, 책임성(accountability) 또는 독립성이 낮은 것이다. 이는 주로 정치적인 고려로 이사회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의 핵심은 ‘의사결정기구’이다. 기업, 협동조합, 공공기관은 대체로 이사회를 구성한다. 여기엔 전문성, 다양성, 독립성, 책임성이 중요하다. 즉 전문성을 지닌 각 이사는 독립적으로 의결에 대한 설명 책임을 진다. CEO는 이사회가 의결한 조직가치·비전·전략을 집행하는 책임을 진다. 그래서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조직에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상이한 역할과 책무를 지닌다. 특히 요즘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지닌 기업에선 이사회가 ‘최종소비자’의 가치를 창출하는 직원을 내부고객으로 존중하며, 수평적 조직문화의 함양을 주도한다.

 

우리 전북의 주요 기업, 공공기관, 협동조합, 재단법인, 민간단체 등 각종 조직의 지배구조는 과연 선진적일까? 사실 현재의 성과와 수준은 수많은 경영관련 ‘의사결정’의 결과물이다. 만약 그 현재가 만족스럽지 못한다면, 무엇보다도 ‘지배구조’를 살펴봐야한다. 낡은 지배구조가 나쁜 성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아직도 CEO가 독단적으로 이사의 다양성, 전문성, 독립성, 책임성을 경시하고 이들을 정치적으로 임명하는가? 이는 전형적인 20세기형 낡은 지배구조의 증상이다. 자기 조직의 생산물에 대한 ‘최종수요자’를 고려하지 않고 공급 확대를 촉진하는 지배구조는 아닌가? 그러면 결국 생존하지 못하고 재원만 낭비한다. 부디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위한 조례 제정 등 도(의회) 차원의 체계적인 노력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