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장구에 누가 물을 뿌렸냐”며 “소리가 좋지 않다”고 여전한 감각을 전하기도 했다. 새 장구의 소리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예전에는 막걸리를 적셨지만 요새는 물을 뿌리기 때문이다.
이어 이매방 명인과 같은 광주권번에서 수업을 받았던, 광주시무형문화제 제9호 남도창동편제판소리 보유자인 박화선 명창(86)이 ‘춘향가’ 중 ‘쑥대머리’대목을 들려줬다. 지난해 허리를 다쳐 부축이 있어야 했지만 팔순잔치 대신 ‘수궁가’를 완창했던 목청을 과시했다. 임방울 명창의 제자답게 초여름의 무더위를 가르는 시원한 소리로 “얼씨구”, “잘한다”라는 추임새가 뒤따랐다.
두 명인이 차례로 섰던 무대는 광주권번을 정읍에 복원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3일 오후 2시 정읍시 산외면 오공리 ‘김동수 가옥’옆에는 ‘권번문화예술원 예가인’이라는 이름으로 전통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문을 열었다.
권번(券番)은 고려시대부터 전해지는 여악(女樂)제도가 1905년 갑오경장으로 폐지되자 관기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세운 교방이다. 기생조합의 후신으로 광주권번은 1928년 광주기생조합이 주식회사로 바뀌면서 설립된 예술교육기관이다. 각 지역의 권번은 국악과 전통무용의 예인을 배출하며 현재 국공립·민간 국악원의 맥을 잇는 가교로 기능했다.
이 명인은 7세부터, 박 명창은 14세부터 광주권번에서 각각 춤과 소리 등을 배운 인연으로 이날 무대에 섰다. 권번문화예술원의 전경을 본 박 명창은 “예전 권번과 비슷한 느낌이다”며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파했는데 대청마루에서는 춤을, 나머지 2개 방에서는 기악과 소리를 가르쳤다”고 회상했다.
광주권번이 정읍에 복원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 2007년 광주에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면서 광주권번 건물이 헐렸다. 100여년 된 정면 7칸짜리 한옥이었다. 여기서 나온 목재를 전남 화순의 국악애호가 최동림 씨가 7년간 보관했다. 이를 고혜선 권번문화예술원장이 간청해 넘겨받아 정읍시에 기증했다.
권번에 대한 편견과 예산 지원의 난항을 겪다 ‘김동수 가옥 연계 고택문화체험관 조성사업’의 하나로 광주권번의 상량과 주춧돌 등을 이용해 국비·시비 각각 10억5000만 원 등 모두 21억 원으로 김동수 3남의 집터에 복원했다. 안채, 사랑행랑채, 별채 등 3채의 한옥으로 이뤄졌으며 2016년까지 (사)한옥마을사람들이 운영할 예정이다.
이곳을 건립하는데 앞장선 고혜선 원장은 “전통문화의 신명과 풍류를 전승하겠다”며 “전통 무용, 소리, 악기, 예절, 음식을 체험하고 숙박이 가능한 공간으로 전승 전문교육을 통해 권번 문화를 알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날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김생기 정읍시장, 우천규 정읍시의회 의장, 황손 이석 씨 등과 지역민이 참석해 개원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