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망종] 농부 일손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

망종은 양력 6월 6일경으로 소만과 하지 사이에 들며, 24절기 가운데 아홉 번째 절기다.

 

이 무렵은 태양의 황경(黃經)이 75°로 무르익은 보리를 수확하고, 다 자란 볏모를 논으로 옮겨 심는 모내기가 행해진다. 보리 베기는 망종 이전에 서둘러 끝마쳐야 한다. 그래야 보리가 자랐던 자리에 모를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리 베기와 모내기가 연이어 행해지는 망종은 어느 때보다도 시간이 촉박하며, 망종이 일찍 들고 늦게 드는 것에 따라 농사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망종이란, 벼·보리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리고 수확을 해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다.

 

옛 풍속에는, 이 절기 15일을 3후(候)로 나누어 초후에는 사마귀가 생, 중후에는 왜가리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에는 개똥지빠귀가 울음을 멈춘다 하였다. 망종 절기에는 ‘망종 보기’라 해서 망종이 일찍 들고 늦게 듦에 따라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 “음력 4월에 망종이 들면 풍년이요, 또한 보리의 ‘서’를 먹게 되고, 5월에 들면 ‘서’를 못 먹는다는 속설이 있다. 보리의 ‘서’를 먹는다는 말은, 그해 풋보리를 처음으로 먹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양식이 부족해서 보리 익을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풋보리를 베어다 먹었다고 하니, 그때 선조들의 곤궁한 삶을 엿볼 수 있다.

 

망종 날 빼 놓을 수 없는 풍속이 또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보리 수확이 끝난 뒤 보리 짚을 태우는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보리 짚을 태워야만 농사가 잘된다고 여겼다. 보리 수확이 끝난 논에서 이루어지는 그 풍속은 매우 장관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즈음은 보리농사를 거의 짓지 않기 때문에 볼 수가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망종 무렵에는 뻐꾸기가 울어 대며 감나무에 꽃이 피고 찔레꽃 짙은 향과 때죽나무 꽃, 쥐똥나무 꽃이 만발한다. 산에서는 인동 꽃·다래 꽃·달래 꽃이 각양각색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꽃마다 다양하고 짙은 향이 봄바람을 타고 향을 뿜어내니 농사일에 지쳐있는 농부에게 조금의 위로와 피로를 씻어주는 듯하다.

 

이 무렵은 옥잠화가 흐드러지게 핀다. 연녹색의 무성하고 푸른 잎에 흰 꽃대가 우뚝한 옥잠화는, 오뉴월 땡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을 피워낸다. 연약한 듯 보이지만 정갈한 잎사귀와 하얀 꽃은 마치 여인의 옥비녀처럼 길쭉한 모습이 기품이 있고 사랑스럽다.

 

망종 절기는 까끄라기 곡식의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일 외에 농사일이 많기도 하다. 콩·조·기장·옥수수·고구마와 고추 모를 비롯한 각종 채소 씨를 심는 중요한 때이다. 이른 봄에 핀 매화 열매, 매실을 수확하는 절기다. 또한 누에치기하며 오디를 수확하는 절기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농부의 일손이 너무 바빠서 ‘발등에 오줌 싼다’라고 할 만큼 일 년 중 제일 바쁜 시기이다. 봄에 뿌린 씨앗은 반듯이 가을에 수확하고, 봄에 흘린 농부의 땀 값은 가을에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