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으로 내몰리는 문화예술

▲ 홍승광 전주세계소리축제 상설공연추진단장

2015년 봄이 물러나고 뜨거운 열정의 계절, 여름이 다가오면서 전라북도 곳곳에 축제와 상설공연이 가득하다. 전라북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 그리고 이 땅에서 발을 딛고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정말 행복한 고민거리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그 어떤 지자체보다 앞서가고 있는 전라북도 문화예술계에 응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갈수록 줄어드는 중앙정부의 지원

 

하지만 현실은 역시 냉혹하다 못해 불안하다. 서울도 마찬가지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의 환경은 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중앙정부는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갈수록 줄이려는 듯 보인다. 그 논리는 ‘언제까지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자생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세계적인 문화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화적 복지증진과 예술생태계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예술단체를 마치 비리의 온상처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 사실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예술인의 입장에서는 참담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말대로 지원금을 줄 수 없는 국가적 재정위기 상황이 언제 닥칠지 모르니 대비해야 하고, 세계적인 문화산업 주체들과 경쟁하려면 자생력과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면 정부 스스로 가장 먼저 예산을 줄였던 부분이 문화부분이고 자생력을 가질 만한 순수예술단체가 기반을 갖추기도 전에 지원을 줄이고 스스로 기반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의 웨스트엔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영국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문화산업’이라고 봤고, 스토리와 콘텐츠를 발굴하는데 노력하고 문화산업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영국의 웨스트엔드 뮤지컬은 연간 4조원의 부가가치와 5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는 거대 산업으로 발전했다.

 

이와 다르게 마치 정부가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지원을 했던 우리의 문화생태 환경에서, 그리고 문화의 보존과 계승, 삶의 질의 향상이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했던 우리의 문화정책의 추진에서 시장논리인 ‘무한경쟁’ 주장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어쩌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무한경쟁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부가 문화융성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창조경제를 이야기한다면 예술적 창조행위의 주체인 예술가와 재정적 기반이 있는 기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지원정책을 수립하고 한국식 문화산업의 기반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다양한 지원정책이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한류의 중심이 ‘아이돌’과 K-POP이라고 하여 이와 관련된 문화산업에만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진정한 한류의 뿌리인 기초 예술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문화예술단체 역시 그간의 관행적 운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함은 당연할 것이다.

 

새로운 콘텐츠 개발위한 정책 절실

 

세계 4대 뮤지컬, 중국의 인상시리즈, 태양의 서커스 등과 같이 경쟁할 수 있는 한국만의 문화콘텐츠의 개발과 인력의 양성 등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예술정책과 문화예술분야의 지원이 확대되길 간절히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