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6일이 지나서야 박근혜 대통령이 첫 대면보고를 받았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메르스 대응 허술, 정부 무능 드러나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공기 감염 가능성 없다”, “4차 감염 없다”, “기저질환이 없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괜찮다”, “이번 주가 고비다” 등 당국의 전망도 여지없이 빗나갔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정부의 무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정부를 대표한 총리 권한 대행의 대국민 담화에서는 메르스를 독감 정도로 치부하고 있으니, 민망하기 짝이 없다.
“전문가들은 일반 독감수준으로 적절한 격리가 이루어지고 개인위생 규칙만 잘 지키면 사회적 확산 없는 통제가 가능한 질환으로 평가합니다. 지나치게 과도한 걱정으로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시, 사스환자가 나오기도 전에 총리실 산하에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진단을 한 결과 전 세계에서 8400명이 감염되고 810명이 사망했음에도 한국에서는 감염자 3명만 나온 현실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한번 무너진 리더십은 쉽게 복원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다.
가장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수습이다. 메르스보다 돌아선 민심이 더 무섭다는 걸 대통령과 정부는 각인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최일선의 의료진들의 고통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대전 건양대병원 간호사는 메르스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 감염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심폐소생 중 감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생명이 위독한 메르스 환자를 살리기 위해 한 시간 넘게 환자 곁에서 사투를 벌였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스 질병의 첫 사망자가 나온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중환자실 김현아 간호사의 글은 감동적이다.
“N95 마스크를 눌러쓰고, 손이 부르트도록 씻고, 가운을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입고 나서야 남은 중환자들을 돌봅니다. 〈중략〉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래도 이 직업을 사랑하느냐고…. 순간, 그동안 나를 바라보던 간절한 눈빛들이 지나갑니다. 어느 모임에선가 내 직업을 자랑스럽게 말하던 내 모습이 스쳐갑니다. 가겠습니다. 지금껏 그래왔던 서 있는 제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메르스가 내 환자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맨 머리를 들이밀고 싸우겠습니다. 더 악착같이, 더 처절하게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정밀 방역 통해 국민에게 믿음 줘야
현장의 의료인들은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국민을 지켜 줄 마지막 보루다. 이 땅의 수많은 슈바이처와 나이팅게일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힘내시라.
아울러 정부에 고한다. 메르스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관리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슈퍼확산자에 대한 추적 등 정밀방역으로 감염원을 파악하고 통제해 메르스가 곧 퇴치 될 거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분명히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