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장미 지다 - 정군수

저 호기심 많은 붉은 눈망울

 

안에 핀 꽃은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밖에 핀 꽃은

 

안으로 고개를 기웃거린다

 

가시를 갖고 태어났어도

 

붉은 열꽃 속에 감추고 사는

 

너는 사춘기의 꽃

 

봄이 지쳐 돌아가는 길

 

다하지 못한 함성이

 

세상 밖에서 안에서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

 

△요즈음 한창 인기리에 방송 중인 삼둥이의 ‘음소거 울음’에 마음이 간 적 있다. 소리는 없는데 숨은 넘어가게 생겼다. 가시를 붉은 열꽃 속에 감추고 사는 사춘기 장미의 함성, 너무 절절해 들리는 않는 함성이 바로 장미의 향기일 터. 붉은 넝쿨장미가 6월의 뜨락에서 무너지고 있다. 눈 맞추고 알아주면 지쳐 돌아가는 길이 덜 외롭겠다. 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