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울리는 우리 얼·흥 '나고야'서 통했다

전북도립국악원 한·일 수교 50주년 공연 / 풍물놀이 등 7개 프로그램 선보여 / 2300석 만석…판소리 관심 높아

▲ 지난 2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있는 일본특수도업시민회관에서 도립국악원이 한일수교정상화 50주년 기념 공연을 펼쳤다.

알록달록한 오색 한삼 12쌍이 무대 위를 가른다. 궁중의 정재무 가운데 춘앵전의 우아한 품새와 화려한 화관무의 한삼 놀음이 조화를 이루며 연꽃에서 학이 노니는 ‘화궁(花穹)’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어 전국 장구 명인의 가락을 모은 삼도설장고가 굿거리에서 자진모리, 휘몰이로 바뀌며 박진감 넘치는 소리를 만들었다. 심장을 울리는 소리가 관객의 귀를 잡자 절로 박수와 함성이 나왔다. 두 명창이 소리를 주고받으며 ‘춘향가’ 중 ‘어사 상봉’막의 입체창으로 공연장 전체를 울렸다.

 

전북도립국악원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문화행사로 2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있는 일본특수도업시민회관 포레스트홀에서 특별 공연을 했다. 외교부 주최, 한국관광공사 주관으로 열린 이날 공연은 ‘우리의 춤, 우리의 가락을 세계로’라는 기획 아래 도립국악원 무용단을 중심으로 30여명의 단원이 전통무용, 국악, 판소리의 얼과 흥을 2000여명의 나고야 시민에게 전했다.

 

도립국악원은 이날 도살풀이춤, 신뱃노래, 풍물놀이 등 7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관객의 높은 호응을 받았다. 구음과 시나위 반주에 맞춘 도살풀이가 정중동으로 절제된 희로애락을 표현하며 민속무의 예술성을, 드라마 ‘대장금’을 소재로 한 창작무용극 ‘수랏간 엿보기’ 는 친근함을 더했다.

 

마지막은 태평소의 반주를 바탕으로 사물놀이와 춤이 어우러진 신명을 전했다. 상모를 돌리는 모습에 관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갈채를 쏟았다.

 

특히 다른 해외 공연보다 판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후문이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일본인과 응모를 통해 공연을 찾은 시민이 주요 관람객이었기 때문이다.

 

당초 3500명이 공연 관람을 신청해 약 2300석으로 이뤄진 공연장은 만석을 이뤘다. 극장 관계자는 “객석이 차는 일이 드물다”는 귀띔을 했다. 선착순 입장이라는 제한 때문에 공연 3시간 전부터 관객이 줄을 서기 시작해 우리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나고야 시민의 기대를 알 수 있었다.

 

공연을 관람한 구라하시 기요미 씨는 “5번 한국을 방문하며 관심이 높아졌는데 공연의 신문 광고를 보고 꼭 가야 하겠다고 생각해 응모해 친구와 함께 왔다”며 “장구설장고의 연주는 기술적으로도 뛰어나고 귀가 아니라 마음에 들어오는 소리여서 가장 인상에 남았다”고 말했다.

 

아시이 사다코 씨는 “NHK에서 판소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실제 듣고 싶어서 왔다”며 “이야기하는 것처럼 노래하는 방식이 일본 전통 예술과 비슷한 측면이 있는데, 오늘 수준 높은 공연을 봤다”는 소감을 보탰다.

▲ 도립국악원 공연이 아사히 주니치 요미요리 신문 등 현지 유수 언론에 보도됐다.

이날 공연에는 오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지사, 히비 카즈아키 츠시마시 시장, 토요다 아키코 토요타그룹 국제교류협회장, 나가이 세이헤이 중부경제신문사 사장, 우메노 오사무 교토통신사 나고야지사장, 정박 아이치민단 단장, 정태준 일본중부지방한인회 회장, 야노 히데노리 나고야일한친선협회 회장 등이 참석해 현지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오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지사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번갈아 가며 인사말을 준비했다. 그는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하며 “이번 공연을 성대히 주최해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주나고야영사관 박환선 총영사는 “한일 수교 5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를 맞은 가운데 이번 기회에 뜨거운 우정의 마음을 전하려 공연을 준비했다”며 “이를 계기로 양국의 발전을 증진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날 도립국악원의 공연에 앞서 ‘미츠네카이’팀이 일본 전통 악기인 샤미센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에 앞서 23일에는 아이치한국인회관에서 ‘국악 워크숍 - 판소리’를 주제로 판소리의 역사와 구성, 장단 등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60석 가량의 좌석이 찬 가운데 나고야한국학교의 수강생과 나고야 시민을 대상으로 도립국악원 창극단장인 송재영 명창과 관현악단장인 조용안 고수가 지도에 나섰다. 이날 송 명창은 ‘춘향가’ 중 ‘어사 상봉’ 대목을 가르치며 판소리를 알리고, 공연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