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취임 1년 김승환 전북교육감 "교사들 변화 물결…제대로 평가받는 전북교육시대 올 것"

▲ 2기 취임 1년을 맞는 김승환 교육감이 전북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봉주 기자

지난 24일 오후, 김승환 교육감 집무실은 꽤나 더웠다. 유리로 외벽을 마무리하는 건축 양식의 특성상 전북도교육청 자체가 여름에 더운 편인 것도 있지만, 김 교육감이 도통 에어컨을 틀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 것이 더욱 컸다. 무더위 처럼 전북교육을 온통 짓눌렀던 ‘누리과정 예산’문제에 대해 전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공동선언을 발표한 직후의 만남이어서인지 김 교육감은 한결 여유가 있어 보였다. 7월1일로 2기 취임 1주년을 맞는 김 교육감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전북교육의 현안들이 누리과정 예산에 모두 묻힐 만큼 핫이슈였습니다. 문재인 대표와 회동을 통해 매듭을 풀었지만, 후유증도 많이 남겼습니다. 좀 더 일찍 양보할 수는 없었는지.

 

“이 사안을 보면서, 현 시기 한국 사회의 상황을 아주 상징적으로 축약해놓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통령부터 원칙을 말하지만 원칙은 없는 나라. 법을 말하지만 법은 없고 약속을 말하지만 약속은 없는 나라. 그런 것이 마치 슈퍼 바이러스처럼 전 국민의 의식, 삶 속에 그대로 퍼져나가는 그런 나라. 여기서 누군가는 ‘그래도 나는 원칙과 법과 약속을 말해야겠다’ 그렇게 외치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는가, 그게 내 몫이라면 하겠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다른 누구보다도 유·초·중·고·특수학교에서 성장하고 있는 학생들이 바라볼 때 ‘교육감 모습이 괜찮다’, 그런 인정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따르는 어려움이나 상처는 기꺼이 감당해야죠.”

 

-원칙을 고수하기도 어려웠을 것이지만, 누리과정 해결에 나서기로 노선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분의 주선으로 문 대표와 만남이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문 대표 역시 이전에도 몇 차례 만나면서 신뢰를 갖고 있었습니다. 법 개정에 대한 문 대표의 말씀에 신뢰를 했기 때문에 노선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새누리당의 협조 없이는 관련 법 개정이 어려운데요.

 

“지방교육재정은 전국 시도가 다 마찬가지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이슈가 될 수 있고, 총선 출마자들 모두 이 문제를 잘 생각할 것으로 봅니다.”

 

-교육부 평가결과 5년 연속 상위권에 들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교육자치특색사업’ 분야에서 3위를 차지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평가라는 것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이 객관성, 공정성, 그것을 통한 신뢰성 담보입니다. 그래야 결과를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납득한다는 거죠. 그런데 예를 들면, 특정 지역에서는 학교폭력 발생 빈도가 가장 높아요. 그런데 그 지역이 학교폭력 대책 최우수 교육청으로 선정된다는 거예요. 이런 건 납득할 수 없는 거죠. 이번에는 결과에 대해 대응을 하려고 해요.”

 

-예산 확보 등을 위해 교육부를 대상으로 아쉬운 소리도 하고,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요.

 

“제가 돈 좀 더 따오기 위해서 정의롭지 못한 시스템에 구걸하는 것은 못해요. 차라리 도민들에게 ‘왜 그렇게 예산을 못 따오냐’는 비난의 화살을 맞을지언정, 그건 못해요. 그런 비굴한 교육감 모습이 교육자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겠냐,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겠냐는 생각이거든요. 어차피 정권은 유한하잖아요. 언젠가는 전북교육의 시대가 올 거예요. 제대로 평가 받는 시대가.”

 

-전북교육의 시대를 자신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만 예로 들자면, 교사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교사들이 해마다 자기 연찬에 쏟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는 거지요. 연수 참여는 자발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교사들이 굉장히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변화들을 교사들 스스로가 느끼는 것 같아요. 사실 어떻게 보면 가장 변화하기 어려운 게 교사잖아요. 그런 변화 물결이 일어난다는 것은, 전북교육의 미래를 봐선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 ‘소통’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하고 있습니다. 도의회도 자주 지적하고 있고요.

 

“노력해야죠. 제가 학자 출신이라 혼자 책 보고 하는 데 익숙해져있어요. 저는 또 기질 자체가, 아이들을 좋아하고 또 이렇게 격식 있는 자리보다도 격식 없는 자유로운 자리를 좋아하다보니까 공적인 만남, 그런 자리에 약한 것 같아요. 물론 소통도 부끄러운 소통을 하면 안 되죠. 이름은 소통이지만 그 실질은 야합, 밀실거래인 이런 것은 공동체를 병들게 하는 소통이니까 피해야겠죠. 소통 자체에 대해서는, 열심히 노력할게요.”

 

-앞으로 역점을 둬서 하고 싶은 사업, 계획들이 있다면?

 

“마음속에, 나로 인해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갈망이 있어요. 아이들 앞에 서 있는 선생님들, 참 내가 선택한 교사의 삶이 이렇게까지 행복할 줄은 몰랐다, 그런 감동스런 삶을 살면 좋겠다는 것이고…. 아이는 그렇잖아요, 모든 것이 놀 거리고 배울 거리인데, 아이들이 학교만 가면 모든 것이 다 풀리고 해결되고 치유되는 삶이면 좋겠다. 학부모들이 굉장히 교육의 질곡 속에 빠져있잖아요. 완전히 벗어나서 대한민국 학교가, 전라북도 학교가 이렇게 변할 것이라고 하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이런 꿈같은 학교 모습이 내 아이 삶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그런 감격…. 3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할 수 있을까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해보려고 합니다.”

 

● [취임 2기 1년간 성과 꼽는다면] 학생안전지원단·참학력 신장·교육복지 추진

 

“1년 동안에 특히 중점으로 뒀던 건 아이들 안전이었죠. 학생안전지원단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고,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사각지대들을 보완해나가고 있고요.

 

‘아이들은 눈만 뜨면 즐거워야 한다’ ‘아침이 행복하고 저녁이 자유로운 삶’, 이걸 강조했어요. ‘아침이 행복한 삶’을 위해 작년 10월부터 등교시간 늦추기를 한 거고요.

 

또, 아이들에게 공부는 중요하지만, 그것도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나온 게 ‘참학력 신장’ 이거죠. 간단히 얘기하면 학습하는 순간부터 즐겁고, 자기 삶에서 활용하면서 즐겁고, 배운 것은 평생 가지고 가는 것이죠.

 

1기 때 저를 비판하는 프레임이 몇 개 있었어요. 그 중 하나가, ‘김승환 교육감은 학력신장에 관심 없다’는 거였죠. 그런데 정작 공격하는 사람, 집단마다 애써 무시하는 자료가 있어요. 수능성적 자료죠. 그 기간에 전북 학생들 수능 성적이 나쁘지 않았어요. 도 단위에서는 확고하게 1위를 지켰고요. 그러면서, 그 정도로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학력’이라는 것이 결국 점수를 말하는 거잖아요. 점수가 숫자로만 나타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이 학생의 바탕에 깔려 있는, 안에 차 있는 실력을 정확하게 담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쪽으로 아이들이 학습할 수 있고 배움의 길로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뭔가 필요하죠.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그래서 ‘참학력’과 관련해서 다양한 수업 모델들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교육복지도 중요하잖아요. 학생들 삶에 교육소외지대가 있어서는 안 된다, 약한 곳일수록 손이 갈 수밖에 없다, 취임 후 3가지 정도로 방향을 잡았고, 어느 정도는 그런 목표를 달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