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이자 정치인이기도 한 ‘아놀드 슈왈 제네거’의 성공 스토리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세 가지 꿈을 차례대로 설계했다고 한다. 첫째 영화배우가 되겠다. 둘째 케네디 대통령 가문 여인과 결혼하겠다. 셋째 2005년에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되겠다. 노력의 결과는 15세 때부터 주력한 보디빌딩에서 빛을 보기 시작하는데, 세계챔피언을 13번이나 하게 된다. 최고의 근육을 찾던 할리우드의 눈에 띄었고, 〈터미네이터〉로 일약 스타 반열에 오른다. 이어 케네디가의 ‘마리아 슈라이버’를 아내로 맞이하였으며, 2003년에 캘리포니아 주지사 보궐선거에서 당당히 당선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 가지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고, 노력한 결과물이 실체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위대하고 싶어 하는 미국의 상징이 되어버린 근육, 바윗덩어리같이 딱딱하다고 지적받던 표정을 개성으로 승화시킨 것이 그것이다.
〈위 플래쉬〉 라는 영화는 한 사람의 행동목표 수행 과정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드럼 연주자를 꿈꾸는 ‘앤드류’(마일즈 텔러 분)라는 청년이다. 최고가 되겠다며 음악대학에 입학한다. 연습에 열중하던 중 냉혈한이라 불리는 교수 ‘플렛처’(J. K. 시몬스 분)의 눈에 띄게 된다. 교수의 테스트는 단 10초. 교내 최고 밴드의 멤버가 된다. 앤드류는 그곳에서 안정적으로 근육을 만들게 될 것으로 기대하며 크게 기뻐한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곳은 처절한 각축장과도 같았다. 교수는 표정 한번 바꾸는 일이 없이 몰아붙인다. 연주 중 한번 틀렸다고 퇴장시킨다. 박자가 틀렸다고, 템포가 맞지 않는다고 걸핏하면 주 연주자와 보조 연주자를 바꾼다. 그리고 조롱과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의자를 집어 던지고 뺨을 때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전설적인 재즈 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를 이야기한다. 파커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같은 밴드의 베테랑 드러머 ‘조 존스’가 심벌즈를 던져버렸다며. 만인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한 파커는 극도로 수치심을 느꼈고, 더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뼈를 깎는 연습을 한 결과 전설이 되었다는 것. 지금 이 학교에는 파커처럼 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약이 바짝 오른 앤드류는 여자 친구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연습에 진력한다. 그러나 번번이 자리가 바뀌는 수모를 당하게 되자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다. 사태를 파악한 아버지가 ‘다른 선택’이 있다고 말한다. 앤드류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연습에 몰두한다. 다시 보조로 전락하기를 몇 차례……. 앤드류는 이성을 잃고 만다. 드럼을 찢어버린다. 짓무르고 터져 피 나는 손을 얼음물에 담그고 절규한다. 찢어진 드럼처럼, 얼음물에 확산하는 핏물처럼 그의 영혼은 만신창이가 되어 허공을 둥둥 떠다닌다. 그런 와중에도 연주는 계속되고 또 조롱을 당하자 교수에게 달려들어 맨바닥에 눕히고 목을 조른다. 그리고 학교를 그만둔다. 여자 친구에게 달려간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와 사귀고 있었다.
“난 정해진 한계를 뛰어넘게 하고 싶었어.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말이 그만 하면 잘했어야.”
교수의 말이 긴 경적처럼 귓전을 스친다. 어쩌면 교수는 앤드류를 파커 위에 설 실력자로 지목했는지 모른다. 교수가 지나친 것인가. 앤드류의 인내가 부족한 것인가. 플렛처의 교수법은 그것밖에 없었을까? 미친 듯이 연습하라고 지시하고는 그 미쳐버림 속에서 자기가 더 미쳐버린 것 아닌가. 채찍질을 뜻 하는 위플래쉬(Whiplash)는 영화 제목이자 밴드가 연주하는 곡명이기도 하다. 채찍과 미침이란 단어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는 생각을 하는 사이 교수와 제자는 학교 밖에서 다시 만나 공연을 한다. 교수가 그토록 원하던 ‘더블타임 스윙 주법’을 완성한 앤드류의 긴 연주가 엔딩을 장식한다.
선문대학교 윤철호 교수는 《엘랑비탈》이란 책을 통해 말한다. ‘인간을 도약시키는 근원적인 힘이 세 가지가 있는데 열정, 지식, 절대고독이 그것이다.’라고. 그리고 부연한다. ‘이들은 모두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통로를 확보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가다가 무수히 많은 허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허들이 넘어지지 않으면 내가 넘어져야 하기에…….
영화에서 드럼은 ‘두드림’의 은유로 보인다. 많이, 빨리 두드릴수록 큰 성취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어때, 플렛처 교수와 한판 붙어 볼 거야?” 이렇게 묻는 것이다. 우리사회 여기저기서 ‘꿈을 꾸라’(Do Dream)는 구호가 자주 사용된다. 읽는 것 보다 두드려야 하지 않을까.
〈터미네이터 제네시스〉가 개봉되었다. 벌써 시리즈 제5탄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아놀드 슈왈 제네거의 근육이 궁금하다. 그는 또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