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쓸쓸하게 - 이운룡

길은 뚫렸어도 또 생기고 점점 넓어진다.

 

갈 길은 묻히고 점점 좁아진다.

 

홀로 밥을 짓고 구석진 방에 잠자리를 편다.

 

눅눅한 이불을 널고 고슬고슬 햇볕을 쬔다.

 

햇볕이 구겨진 주름을 펴고 끌끌 혀를 찬다.

 

참새들도 너무 적막하다고 쫑알거린다.

 

오래된 집 기둥이 골다공증을 앓는다.

 

아무도 엿보지 않는 봉창에 비가 들친다.

 

접시꽃이 피었다 외로움을 안고 떨어진다.

 

다 찌그러진 우편함 바닥을 훑어본다.

 

굽은 허리가 발 하나 더 달라고 조른다.

 

입씨름이라도 하고 싶어 까치가 깍깍거린다.

 

들 고양이 양은밥그릇은 언제나 비어 있다.

 

방문을 열어놓고 먼 산을 넋 없이 내다본다.

 

산 너머 그 너머 마을을 마음속에 그린다.

 

홀로 말하고 홀로 듣는다, 참 쓸쓸하다.

 

△한 송이 꽃은 외롭고 쓸쓸하다. 어울려야 아름답다. 세월의 주름은 굴곡이 깊어서 햇볕도 힘들게 왔다 간다. 봉창 밖의 빗방울도 외로움을 알고 그냥 지나쳐 떨어진다. 홀로 사는 노인은 혼자라서 쓸쓸하다. 접시꽃도 쓸쓸함을 등에 지고 흙으로 떨어진다. 허리 굽고 뼈는 바람 소리가 차가운데 사랑이 그립기만하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