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무총리의 변호사 영업

 

박상옥 대법관은 지난 4월7일 열린 국회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에 임명되면 퇴임 후 사건 수임을 위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의 변호사개업 포기 서약서 요구는 거절했지만 사익을 추구하는 변호사 개업을 안 하는 게 소신이라는 의견을 국회에서 피력한 것이다. 퇴임 후 변호사 개업 대신 판례 등을 분석하는 법리 연구를 하며 공익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전관예우’는 고질적인 병폐다. 법조계는 전관예우의 몸통은 바로 퇴임 대법관이라고 본다. 대법관은 장관급 예우의 지위를 누린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이며 임기는 6년이다. 사법부의 법관 수가 2802명이니 이중 최상위 0.5% 정도에 해당되는 셈이다. 퇴임 뒤 이들이 변호사 사무소를 차려 단 기간에 거액의 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에 지탄의 대상이 돼 왔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대법관 퇴임 뒤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5년 동안 60억 원을 벌어들인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런 예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2010.10~2013.2)를 지낸 김황식(67) 광주 U대회조직위 공동위원장이 박경철 익산시장의 대법원 상고심에서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김 전 총리는 대법관(2005.11 ∼2008. 7)과 감사원장(2008.9~2010.9)을 지냈다. 작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새누리당 예비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낙선했다. 11월 서울 광화문 인근에 변호사 사무실을 연 뒤에는 여러 건의 선거사범 소송을 수임해 전관예우 논란이 일고 있다.

 

‘1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인 전직 국무총리의 변호사 영업. 직업 선택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지만 어째 좀 그렇다. 국회와 변협은 박상옥 대법관한테 돈과 명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박 대법관은 명예를 택했다. 이보다 훨씬 더한,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낸 김 전 총리는 돈과 명예 모두를 선택하고 있다. 욕심은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을 느끼는 바닷물과 같은 것이라 했던가. 둘 중 하나도 갖지 못한 필부(匹夫)들로서는 과욕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지도층의 퇴임 후 기부행위나 사회 공익활동을 기대하는 건 난망일까.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1·2심에서 각각 500만 원이 선고된 소송의 상고심에서 과연 ‘이름 값’이 먹힐지 지켜볼 일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