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탄소산업 르네상스'를 주도하다 ③ 국내 또 다른 탄소산업지 '경북'

부품소재 전용공단外 IT·자동차까지… 인프라 탄탄

▲ 경북 구미에서 열린 국제탄소산업포럼에서 김관용 지사 등 관계자들이 탄소섬유 응용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올해 4월 9일 전북도와 경북도가 손을 잡았다. 전북도의 메가 탄소밸리 조성사업(5500억원), 경북도의 탄소성형 첨단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5000억원)이 공동 추진되면서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공동 추진이 결정되기 전까지 전북도와 경북도는 ‘중복 투자’ 논란을 빚어 왔다. 지난 5년에 걸쳐 전주시에 조성한 탄소산업 클러스터를 경북에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거셌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1단계 탄소밸리 조성사업이 종료되는 시기에 맞춰 2단계 메가 탄소밸리 조성사업을 무리 없이 진행해야 했고, 경북도는 자동차 부품 업계의 침체를 타개할 대안 중 하나인 탄소섬유 시장 개척이 절실했다. 결국 전북도와 경북도는 ‘상생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협력 모델 찾기에 나섰다. 이번 결정이 국가 탄소산업 동반 성장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 논란을 재확인하는 실패작이 될지에 대해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경북도 ‘탄소성형 첨단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경북도는 ‘탄소성형 첨단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통해 내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구미 하이테크밸리(5국가산업단지) 66만 1000㎡(20만평)에 국비 2175억원, 지방비 255억원, 민자 2570억원 등 총 사업비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경북 도내 탄소 관련 기업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용화시험·평가·인증센터, 리사이클링센터, 설계·해석 지원센터 등을 구축해 탄소산업 대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은 전북도의 ‘메가 탄소밸리 조성사업’과 공동 재기획하는 조건으로 지난 4월 9일 기획재정부 ‘2015 상반기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12월 19일 경북도는 전북도에 공문을 보내 사업의 공동 참여를 요청했고, 지난 2월 26일 기재부는 두 광역단체 간의 간담회를 주선하면서 탄소산업을 광역 거점 협력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3월 20일 전북도와 경북도는 업무 협력 합의서를 작성해 기재부에 제출했다.

▲ 車 부품 업체인 일지테크 관계자가 탄소섬유 복합재를 적용한 자동차 차체를 보여주고 있다.

경북도는 구미·포항 부품소재 전용 공단뿐만 아니라 IT·자동차·섬유산업 인프라, 63개의 탄소재 제조기업 등 기존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점을 탄소산업의 장점으로 꼽는다. 탄소성형 첨단부품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될 경우 820개 지역 자동차 부품 업계의 탄소섬유복합재(CFRP)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약 2000억원이 투자된 전북도의 ‘탄소밸리 구축사업’과 비교했을 때 경북도의 탄소소재 과제 상용화 사례, 제품의 신뢰성 평가 인프라 등은 부족한 상태다. 성형·가공 산업은 발달했으나 자체적인 ‘원천 소재 기술’ 확보가 미흡해 높은 수입의존도를 보이는 등 탄소산업 생태계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동 과제 추진에 따른 기대 효과= 전북도와 경북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으로 인한 가장 큰 효과는 ‘시장 수요의 확대’ 측면이다. 즉, 탄소산업의 광역화로 탄소섬유 수요를 창출해 시장 규모를 확장하고, 지역 특화 산업별 역할 분담을 통해 상호보완적인 역학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북도의 경우 메가 탄소밸리 구축사업을 올해 하반기 예비 타당성 사업으로 단독 신청했을 때 KIAT 지역예타 심의, 산업부 예타사업 선정, KISTEP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술성 평가 등의 절차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도 국비 반영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북도 입장에서는 경북도와의 공동 추진으로 계획 기간 내에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추동력을 받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경북도는 정부의 탄소섬유 소재 개발 육성 계획에 맞춰 추진하고 있는 전주 탄소밸리 구축사업(2011~2015년)의 기술개발 결과물, 탄소섬유 양산 성과물 등을 활용하는 방안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 신성장산업과 관계자는 “경북 탄소기업 협의체 63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홍보하고, R&D 과제 공모 시에 국산 탄소섬유를 용도에 맞게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근거 마련을 건의하겠다”며 “특히 2011년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 탄섬(Tansome) 개발에 성공한 효성이 2020년까지 연간 1만 7000톤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으므로 소재 기반 사업과 경북의 응용 제품 산업 간 동반 성장을 유도해 정부 탄소산업 성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도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탄소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한편 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으로 구성된 가치 사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전문 인력 양성, 탄소산업 육성 지원 특별법 제정 공동 대응, 제품 표준화 지원 체계 구축, R&D 과제 공동 참여, 기술 이전 교류 사업 추진, 구축 장비 공동 활용 방안 등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전북도와 경북도의 실질적인 협업을 위한 제언= 경북도의 탄소성형 첨단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내 기업들도 탄소산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경북도는 IT 전자부품(스마트 모바일부품, 태양광), 기계부품(기계·자동차부품, 항공부품, 하이테크섬유), 금속(소재·에너지부품, 첨단금속세라믹부품) 등을 중심으로 탄소섬유, 인조흑연을 접목한다는 구상이다. 탄소소재 생산·응용 부품기업도 도레이첨단소재, 포스코켐텍, LG실트론, 코오롱플라스틱, OCI 등 60여개로 많은 편이다. 이미 자동차 부품 업체인 일지테크, 아진산업, 신영 등은 정부 연구 개발을 통해 탄소섬유복합재를 적용한 자동차 차체 등을 시험하고 있다.

 

일지테크 관계자는 “탄소소재 원천 기술 등 기술적인 부문은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수 있는 부문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마케팅적인 부문의 협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 세미나보다는 기업 간 간담회 형식으로 행사를 추진하는 동시에 장비를 구축한 연구기관과 일반 기업이 연결되도록 견학, 소개 자리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극동씰테크의 인조흑연 탄소응용 제품.

극동씰테크 고재식 이사는 “탄소산업의 경우 탄소소재 제조는 대기업, 탄소제품 제조는 중소기업처럼 영역이 서로 다르다”며 “인조흑연 중간재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에 대한 대처가 기술개발 이상의 매출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R&D(기술개발)를 위한 연구는 실용성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탄소소재 골프채, 자전거 등 만들기 쉽고, 넓은 영역을 놔두고 항공 우주산업 등에 치중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사업 추진”이라며 “기업의 수요를 측정해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