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왜 도로에 나오느냐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질타와 눈총을 종종 받습니다.”
자전거 동호회원인 김 모씨(39)는 지난 6일 다른 회원들과 자전거를 타고 차도를 달리다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평소처럼 도로 가장자리에서 달리던 김씨의 뒤로 덤프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다가오더니 차선변경을 하지 않은 채 바로 옆을 스쳐지나간 것이다.
김 씨 등 동호회원들은 안전에 크게 위협을 느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덤프트럭 운전자는 안전운전의무 불이행으로 범칙금 처분을 받았다.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이른바 ‘자전거족’이 늘고 있지만 관련 법률 규정이 모호해 자동차와 자전거 운전자 간의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차’란 자동차, 건설기계, 원동기장치 자전거, 자전거, 사람 또는 가축의 힘이나 동력으로 운전되는 것을 말한다. 자전거가 차도를 달릴 수 있는 근거를 규정하고 있으나 주행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자전거 운전자가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차도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운행하도록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이 생각하는 우측 가장자리의 명확한 위치는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자동차 등의 운전자는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 자전거 옆을 지날 때에는 자전거와 충돌을 피할 수 있는 필요한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그 거리가 얼마만큼 인지는 명시되지 않아 김씨와 같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최근 속초의 한 도로에서는 버스가 자전거 옆을 한 뼘 거리로 추월, 자전거 운전자가 비틀거리는 아찔한 상황이 일어났다. 이 같은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자 두 운전자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리며 해당 버스회사의 인터넷 게시판이 들끓기도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의 많은 주는 자동차 운전자로 하여금 자전거를 추월할 때 안전을 위해 최소 ‘3피트(0.9m)’의 거리를 두도록 법령으로 정하고 있어 분쟁이 덜한 편이다.
지난해 8월 미국 주의회의원 전국회의(NCSL·national conference of state legislatures)에 따르면 1973년 미국 위스콘신주를 시작으로 25개 이상의 주가 이 같은 내용의 법을 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주는 해당 내용이 담긴 한국어판 운전자 가이드북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이처럼 명확한 규정이 뒷받침돼야 자동차와 자전거 운전자 간의 분쟁을 막고 늘어나는 자전거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지난 2013년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2년 6개월 동안 전북지역에서 일어난 자전거 교통사고는 총 1690건으로 1728명의 사상자(사망 60명)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