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장학사가 전북도교육청의 민낯을 보여줬다. 교육청 내부의 복지부동 문제에서부터 업무의 핑퐁과 떠넘기기, 현장보다 모니터에 붙들려야 하는 현실이 새내기 장학사의 고백(?)으로 생생하게 드러났다.
그것도 내부고발 형태가 아닌, 전북도교육청이 13일 본청·직속기관·교육지원청 장학사(교육연구사)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전문직 포럼의 공식적인 자리에서다.
이날 포럼의 토론자로 참여한 최규설 장학사는 ‘도교육청 생존기’를 통해 “불과 6개월 남짓 근무한 장학사가 그토록 비판하고, 혁신을 요구했던 조직의 ‘소통부재’에 동참하고 있었다”는, 자기고백을 시작으로 조직과 장학사가 안고 있는 고민들을 풀어냈다.
그는 도교육청의 ‘복지부동’의 구조를 먼저 꺼냈다. “자신의 업무가 언론 및 의원들의 눈에 띄거나 학부모, 학생, 교사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꺼려한다. 가진 예산을 학년 초에 내려 보내고, 중간 중간 컨설팅을 통해 실적을 쌓아놓고, 간혹 교육부 등의 요구자료 요청을 교육지원청과 학교에 보낸다. 취합된 자료를 교육부 등에 제공하고 그 때 확보된 자료는 향후 일괄된 통계자료로 확보하면 끝이다.”
그는 “학교는 다양한 변화를 위해 기댈 언덕이 필요하고 손 벌릴 지원군이 필요한데, 정작 학교에서 손을 내밀 때 장학사는 얼마나 학교를 이해하고 지원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반문했다. 어렵게 내민 손에 학교재량이라는 허울 좋은 만능 키를 쥐어줄 뿐이란다.
그는 또 업무를 놓고 핑퐁과 떠넘기기의 심각성을 “또각 또각”의 구두 굽소리로 인한 ‘전쟁의 시작’으로 표현했다. 과서무의 구두 굽소리에 따라 업무가 배당되는 것을 두고서다. 과서무가 내민 공문이나 자료를 받겠다고 수용하면 업무가 바뀌거나 자리를 이동하기 전까지는 접수한 장학사가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강경하게 거부의사를 밝힌다는 것이다. 이런 ‘전쟁’들이 교육청 안에 불필요한 칸막이만 겹겹이 쌓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보았다. 도교육청에서 현재 존재하는 칸막이는 소통의 통로를 제한하고 과별 조직의 견고한 성을 구축하여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반나절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컴퓨터 모니터에 수많은 쪽지가 도착해 있고, 메일을 열어보면 온갖 협조와 요구 자료가 수북이 쌓인다고 장학사의 애로를 털어놓았다. 그 수많은 공지, 지침, 전달사항이 장학사를 옭아매고, 꼼짝 못하는 장학사는 다시 학교를 제압하는 악순환 구조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장학사에게 예산·회계까지 요구해 학교를 지원해야 할 전문직으로서 역할을 발휘할 여력이 생기지 않는 문제도 지적했다.
최 장학사는 “학교는 교육청을 신뢰하고, 학부모는 학교를 신뢰할 수 있는 문화를 위해서는 장학사, 주무관 한명 한명의 소중한 변화로부터 시작된다”고 매듭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