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문화의 꽃 다시 활짝 피기를

▲ 김도종 원광대 총장
2015년 7월 4일 백제역사유적지가 12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최초 등재 된 이래 20년 만이다.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광활한 영토와 찬란한 문화를 영유했던 해양대국 백제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신라나 고구려에 비해 주목 받지 못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지역 주민들과 마한로타리 회원들은 익산의 미륵사지나 왕궁리 유적의 연구와 보존의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원광대에 제기하였다. 그리하여 숭산 박길진 총장은 1973년 마한백제연구소를 설립(초대소장 김삼룡)하고 이후 익산시와 30여년간을 백제 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해 힘써온 결과 두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전북도와 익산시 관계자들의 그간 노고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누구보다도 이 날이 오기를 기대했던 우리 시민들과 감격을 나누고 싶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이 우리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백제역사유적지의 향후 ‘보존’과 ‘활용’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보존은 ‘어떤 사물을 원래 모습 그대로 보호하고 간수하여 남김’의 의미가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유적지는 옛 모습에 가깝게 ‘보존’해야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륵사지 유적의 서탑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반면, 동탑은 최신기술을 이용해 복원하였기에 주변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다소 어울리지 않고, 심지어는 유적처럼 느껴지지 않아 이질감마저 든다. 현재 미륵사지나 왕궁오층석탑 주변에서는 옛날 백제시대 성곽이나 성터가 계속 발굴되고 있는데, 새 것처럼 복원된 미륵사지 동탑의 복원과는 다르기를 바란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옛 것 그대로 ‘보존’하기를 희망한다. 다음은 ‘활용’이다. 익산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세계에 널리 알릴수 있는 ‘문화 콘텐츠 개발’을 생각해 봐야 한다.

 

예컨대, 익산에 세계역사 EXPO 설립하여 중장기적으로 역사문화 콘텐츠 도시로 개발하면 어떨까. 이 세계역사 EXPO장에는 백제문화권을 필두로 아시아관, 유럽관, 아프리카관, 아메리카관 등 세계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을 만든다면 학생들의 수학여행부터 일반 관광객들의 역사탐방까지 다양한 목적으로도 백제역사문화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숙소다. 현재 익산시는 호남 KTX 개통으로 인해 익산과 서울과의 거리가 1시간으로 단축됐다. 이것은 익산시의 기회다. 수도권에만 머물렀던 해외관광객이 익산으로 접근하기 훨씬 수월해지면서 이들을 맞이할 숙소마련이 과제로 떠올랐지만 현재 익산은 그들을 수용할 만한 규모의 숙박시설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익산시가 신규 관광호텔을 지속적으로 유치함과 동시에 대학로의 비어있는 원룸을 게스트하우스로 변경해 관광객 숙소로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권유하는 바이다.

 

끝으로,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자체와 학계는 물론 우리 모두가 문화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체계적인 보존과 백제사 기록에 누락된 동아시아 해양대국 백제 부분을 찾아내 연구해야한다. 그 출발은 우리 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관심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전라북도 차원에서 미륵사지 석탑 복원 및 왕궁리유적을 계획대로 발굴하여 융성했던 백제 문화의 꽃을 다시금 현양하고 세계화시키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