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소통] 전주 한자·문화 캠프

초등학교 4∼6학년 대상, 여름·겨울방학 중 운영 / 유생복 입고 붓글씨·판소리 체험, 특별한 3박 4일

▲ 전주시평생학습관에서는 해마다 여름·겨울방학에 전주지역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자·문화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아들의 캠프 수료식에 참석한 김성봉 씨(42·회사원)는 깜짝 놀랐다. 아들인 래현 군(전주 원동초 6)이 수료생들을 대표해서 소감문을 발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상시 활달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새로운 친구들은 낯설어하고, 게다가 글 쓰는 것은 보여준 적도 없는 아들이, 캠프도 엄마의 성화 때문에 끌려오다시피한 그 아들이 친구들 앞에서 소감문을 읽고 있었다.

 

놀라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수료식 이후에도 캠프에 같이 했던 선생님들이 보고 싶다며 전주전통문화연수원을 두 번이나 방문하고, 한자와 붓글씨를 배웠던 향교에 들러서 공부했던 방을 소개하기도 하고, 춘향가의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했기에 이런 변화가 있었을까? 바로 전주시평생학습관에서 개최하는 ‘전주 한자·문화 캠프’(3박4일)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6학년 아이들이 3박4일간 부모·가족을 떠나 한옥에서 지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입소하자마자 분신과 같은 휴대폰과 이별해야 하고, 인스턴트 식품도 끊어야 한다. 잘 먹지도 않았던 한식만 3박4일 먹어야 하고, 처음 보는 친구들과 조를 구성해서 4일을 지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익숙했던 것들과 이별을 한 대신 다른 곳에서는 배울 수 없던 신세계가 펼쳐진다. 명창에게 판소리를 배우고, 향교에서 붓글씨와 사자소학을 배운다. 소리문화관에서 북과 가야금을 배우고, 동헌 마당에서 돼지씨름, 산가지 놀이, 달팽이 놀이를 배운다. 한옥마을 곳곳을 다니며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을 직접 체험하고, 콩나물국밥을 비롯한 전주10미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우정과 사제의 정을 쌓는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동안 캠프의 교사로 참여했던 김광명 씨(27·성균관대 대학원생)는 그 짧은 3박4일간 만리장성을 쌓듯 정을 쌓았다고 표현한다. “가장 더운 여름과 가장 추운 겨울 한복판에 캠프가 있잖아요. 한 번은 캠프 마지막 날인데, 뼈마디가 쑤시고 고열에,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아픈 적이 있었어요. 너무 아픈데 병원에 갈 수가 없었어요. 아이들 발표하는 것 보고 싶어서요. 그만큼 깊은 정이 드는거죠.”

‘한자·문화캠프’는 지난 10년 동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2차례씩 열렸다. 전주의 아이들이 TV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나왔던 유생복을 입고 판소리와 성독을 하는 수료식때면 부모님의 가슴에 감동의 물결이 일렁인다.

 

이번 여름 한자·문화캠프는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천연 염색으로 단체복을 만들고, 전통문화관에서 매듭공예를 익히고, 한지뜨기 체험과 액자 만들기를 경험하는 체험들로 꽉 채워져있다. 매일 배우는 판소리와 천자문, 붓글씨는 이제 기본이 되었다.

 

해마다 한자캠프를 기획, 진행하는 김종경 담당은 “한자·문화캠프는 전주뿐 아니라 완주교육청, 익산교육청에서 요청이 올만큼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다”며 “예산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지리산 청학동과 같이 전국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색 있는 캠프가 될 수 있다. 한옥마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캠프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워낙 인기가 좋은 이 프로그램은 모집 첫날 예정인원을 채워 사실상 접수를 마감해야 한다. 초등학교 4∼6학년 아이가 있는 전주의 학부모라면 해마다 여름·겨울방학에 진행하는 한자·문화캠프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 구성은 전주시 평생학습관장

● [전주 전통문화연수원을 아십니까] 동헌·고택에서 선비체험·전통놀이를

 

전주 한옥마을에 오면 무엇을 보고 체험해야할까? 경기전과 전동성당 앞에서 사진 찍고, 꼬치구이 하나 먹고, 제과점에서 초코파이 하나 사서 돌아간다면 수박 겉만 보고 가는 것이다. 천년이 된 은행나무 길도 걸어보고, 향교의 정취도 느껴봐야 하지만 향교 옆에 자리 잡은 전주전통문화연수원에 들어가봐야 전주다움을 느낄 수 있다.

 

전주전통문화연수원은 동헌과 고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주 동헌은 조선 초에 건립되어 전주 부윤(지금의 시장)의 집무실로 사용되었으나 일제가 조선말살정책의 일환으로 1934년 민간에 매각했다. 당시 동헌을 구입한 전주 유씨는 이를 완주군 구이면으로 옮겨 문중의 제각으로 사용하다가 2007년 전주시에 기증하였다. 동헌은 전주를 떠난지 75년만에 한옥마을로 돌아와 전통문화연수의 산실이 된 것이다.

▲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전통문화연수원 전경.

연수생들의 숙박을 책임지는 고택들도 전북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일제시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장현식 선생의 의로운 뜻을 품은 장현식 고택, 임실에서 옮겨온 진참봉 고택, 보천교 본당 부속 건물의 하나였던 정읍 고택 등은 저마다의 구구한 역사가 서려있다. 남부지방에서 보기드문 ㅁ자형 고택인 정읍 고택을 보지 않고, 미닫이 문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고안된 장현식 고택의 퇴창문을 열어보지 않은 사람은 한옥마을의 한옥을 제대로 보고 갔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지금 글 읽는 소리와 판소리가 들린다. 여름방학, 겨울방학에 전주 초등학교 아이들의 한자·문화캠프를 비롯해서 초등학생, 청소년들이 성독과 판소리를 배우는 캠프들이 계속 열린다. 독서캠프, 진로탐색캠프, 리더십 캠프, 성균관 대학생들의 인성캠프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교육과 연수도 이어진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통문화아카데미, 동헌에서 고전읽기, 인문학당 ‘격몽’등 고전을 배우며 현실을 살아가는 지혜를 깨치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봄, 가을 동헌 앞마당에서는 전통놀이와 선비체험이 상설로 열리기도 한다.

 

이러한 교육과 연수의 중심에는 한국인이 꼭 알아야할 ‘2학 3례’가 있다. 한국의 사상과 더불어 선비가 선비를 만나는 의례(사상견례), 선비들이 술을 마시는 의례(향음주례), 선비들이 활을 쏘는 의례(향사례)의 3례(禮)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 동헌에서 선비체험을 하는 곳은 전국에서 전주전통문화연수원밖에 없다.

 

정철호 기획팀장은 올 하반기에는 전통 태교교실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전통문화연수원은 태교부터 어린이,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통문화에 관한 체험과 연수를 담당하는 교육의 산실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금은 전주 속의 우리 역사를 말하고 체험하는 청소년 역사문화 캠프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8월 7~ 9일 예정)

 

접수는 전주전통문화연수원 홈페이지(dongheon.or.kr)를 이용하거나 (063)288-9242~3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