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나' : 나를 위해 살기

▲ 이승미 남부시장 야시장 매니저
부모로부터 독립은 스스로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한다는 뜻이다. 이는 노동자로서의 삶을 시작된다는 의미다. 나는 현재 독립 5년차며 노동자 5년차다. 고민이 아주 많다.

 

대학을 다니며 부족한 자취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했던 아르바이트는 ‘어떤 직업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갖게 했다.

 

하루 10시간씩 빌딩 지하에서 쌀국수를 삶거나, 논술 학원 사무보조 등의 일은 나의 주말과 방학을 불행하게 했다. 돈 말고는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는 아르바이트는 가혹했다.

 

일의 목적은 기승전'돈'

 

그러나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받지만 시민단체 인턴이나 무급이라도 자원활동가로 배우는 일은 즐거웠다.(물론 시민사회단체의 박봉과 강도 높은 업무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일이다.) 무엇보다 적은 돈으로 즐겁게 사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이러한 과정이 나를 전주로 오게 했고 ‘청년몰만들기’ 매니저로 일하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는 온갖 잘사는 방법들이 넘쳐난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많고, 텔레비전과 인터넷에는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이 쏟아진다. “노력하라 기회는 많다!”

 

근데 왜 내 주변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많은 시간을 일에, 자기계발에, 오프라인 온라인을 넘나들며 관계를 맺고 정보를 주고 받는데도 허덕이는 사람이 많을까. 노동의 목표는 오로지 돈을 얼마나 버는가 일까?

 

에너지가 있다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사실 날씬하다거나 얼굴이 예쁘다는 소리를 더 듣고 싶지만, 타고 난게 미인은 아니니 돈과 시간을 들여야한다. 적당히 만족하고 산다. 모두가 이나영이 될 수 없다. 더 예쁘게, 더 행복하게. 기준은 ‘다른 사람보다 더’이다.

 

하지만 익숙하다. 부모님과 선배들도 그렇게 살고 있다. 사람구실하고 살려면 차곡차곡 돈 모으고, 차 사고, 결혼 하고, 집 사고. 뭐 하고, 뭐 하고….

 

청년에게 권해지는 도전정신, 자율성 등이 불편한 이유다.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만 가능한 자율성. 예를들면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니까 하는게 낫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면 하든 말든 알아서 정하라고 해야지 하는게 낫다니.

 

선택은 할 수 있지만 이 안에서

 

청년몰을 만드는 과정은 끊임없는 조율의 과정이었다. 공간을 꾸리고 그 속에 관계를 만드는 것은 늘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내포한다. 우리의 롤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정해진 시스템이 있을리도 없었지만, 짜여진 계획대로 움직였다면 지금의 청년몰은 없었을 것이다.

 

청년몰은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다. 내게 있어 그곳은 독립한 노동자로서 적당한 벌며 어울려 즐거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 공간이다. 그 속에 있는 저마다도 각자의 삶으로 스스로와 다른 청년들, 그리고 기성세대에게 다른 기준을 증명하고 있다. 서로에게 귀한 존재다. 하지만 청년몰도 답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결혼하지 않는 삶이 가능할까, 경쟁하지 않는 삶이 가능할까, 일과 놀이가 일치하는 삶이 가능할까 등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기준에 만족하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열심히’는 아니지만 ‘꾸준히’ 찾아다닐 생각이다. 아마 긴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조상들은 먼 길 떠날 때 족삼리 혈에 침을 꽃았다던데 내 걸음에는 함께 할 친구들이 많으면 든든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