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구제

▲ 류정수 공학박사·시민감사옴부즈만
1969학년도 서울 소재의 중학교 입학시험이 폐지된 후, 1974년 고교평준화 일환으로 고등학교 입시가 폐지되면서 과거에 명성을 떨치던 학교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학구제가 생겼다.

 

해당 지역의 초등학교를 나오면 그 지역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형태의 학구제는 평준화를 정착시키는데 일조를 하기도 했지만 학력 편차를 심화시켜 지역 간 불균형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학구제가 만들어지던 시절, 농촌의 한 면(面)에는 초등학교가 2∼3개씩 있었고, 1개 초등학교에는 한 학년이 두세 개 반씩 있어서 전교생이 칠팔백 명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의 농촌은 1면에 1개 초등학교로 전부 통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학년이 10명 이내이고, 전교생이 50명 내외인 학교가 부지기수이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용북중학교가 있는 면내 초등학교의 6학년은 3명, 5학년 4명, 4학년 3명, 3학년 4명, 2학년 4명, 1학년 6명으로 전교생이 24명이다. 관내의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자신의 실력이나 부모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학구내의 중학교를 진학해야 되는데 이것이 공정한 경쟁과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교육 정책인지 잘 모르겠다.

 

삼사십년 전, 학생이 넘쳐나던 시절 대도시를 고려하여 만든 이 학구제가 인구가 급감한 오늘의 농촌 현실을 무시한 채 계속 적용되고 있다면 이는 보수와 진보가 머리를 맞대고 개혁하여야 할 주요 과제인 것 같다.

 

보수는 경제 논리로 접근하여 무조건적인 통·폐합을 주장하고, 진보는 매년 줄어드는 학생 수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1면 1개 학교 주장만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자라면서 앞이마나 뒤통수가 튀어나오는 것을 장구머리라 하는데 이를 흔히 짱구라고 한다.

 

앞이 많이 튀어나오면 앞짱구이고, 뒤가 많이 나오면 뒤짱구이다. 앞짱구가 더 보기 좋은지, 뒤짱구가 더 보기 좋은지를 가리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짱구는 그냥 짱구일 뿐이다.

 

국민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수구 꼴통과 진보 꼴통이 있는데 꼴통은 짱구처럼 치우침이 있기에 어느 것이 나은지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그런데 짱구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 꼴통은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한다. 전라도에서 태어났던, 경상도에서 태어났던 출생 지역으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농촌 지역에서 태어난 것으로 교육적 차별을 받는다면 이는 민주 국가도 아니다.

 

민주 국가는 민주 시민을 양성해 내야하고, 민주 시민은 민주적인 교육 절차를 받을 권리가 있는데 민주 교육의 근본은 기회의 균등과 공정한 경쟁이어야 한다. 출발점이 다르다면 이에 대한 국가적 고려와 사회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평등 교육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상태에서 농촌 지역 학구제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함께 소규모 학교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