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라는 우리 고장에서 좋은 문화축제가 있길 바란다면, 문화를 소비하는 대가에 대한 인식전환을 해야 합니다. 티켓 값이 아깝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공연과 전시 등의 문화 속에는 수많은 관계자들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땀이 배어 있습니다”
다음달 전주의 구도심에서 열리는 종합예술축제 ‘스테이 풀리쉬 위크(Stay Foolish Week)’를 기획하고 있는 ‘우주바보’팀의 이승미 씨의 말이다. 그는 ‘문화소비주체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알찬 지역 문화를 ‘맛보기’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
우주바보팀은 지역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해 지원되는 전북도와 전주시의 보조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행정의 도움을 받게 되면, 그 구조가 용인하고 갈 수 있는 틀에 공연콘셉트를 맞춰야 한다” 는 게 그들의 변이다. 가령 전북도나 시의 도움을 얻어서 공연을 하면 무료로 열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대중에게 ‘문화예술은 공짜로 즐겨야 한다’는 인식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승미 씨는 “공공적인 관점에서 보면 복지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예술가들의 입장에선 동기부여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 풀리쉬 위크(Stay Foolish Week)’. 올해 초 처음으로 기획된 축제지만, 문화소비자의 자발적 동의를 얻어서 예산을 마련해보기로 했다. 예산을 마련하는 방법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다. 자금이 없는 예술가나 사회활동가들이 창작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이다. 지난 26일까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후원받은 결과 500여만원의 돈이 후원됐다. 목표액인 1000만원에는 절반밖에 미치지 못하는 액수지만, 이들은 당당하다.
이승미 씨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공유하고 동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며 “이런 조그만 성과들이 모여 문화인들이 자생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소비자의 인식전환만 강조하지는 않는다. 문화예술인들이 하는 작업행위의 가치와 의미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전주’라는 문화의 고장에서 우리 지역의 정체성이 담긴 문화행사를 선보여야 한다” 면서도 “문화생산자들은 문화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출 수 있도록 열정을 다해야 한다”는 각오들이다.
이들이 공공기관으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지 않는 데는 많은 기획자들의 동의가 있었다. 지난 3월부터 전주 인디밴드 축제인 ‘메인드 인 전주’를 기획했던 정상현 씨의 주도하에 남부시장 청년몰의 이승미 씨, 창작극회 대표인 박규현 씨 등 분야별 기획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눴다. 그 결과 ‘우주바보’팀을 결성했고, 예산지원을 받지 않은 아티스트 중심의 자발적인 축제 ‘스테이 풀리쉬 위크(Stay Foolish Week)’를 기획하게 됐다. 현재 총괄 기획자는 이승미 씨다.
축제는 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 구 KT&G와, 중부비전센터, 디핀투 공연장에서 열린다. 현재 음악, 연극, 문학, 미술, 영상분야에서 활동하는 지역 아티스트 100여명정도가 참가할 예정이다.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가 모인만큼, 축제에서는 공연뿐만 아니라 전시, 퍼포먼스, 퍼레이드. 캠핑, 디제잉 파티, 워크숍을 진행한다.
축체의 캐치프레이즈도 이채롭다.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먹고, 자는 4박 5일간의 바보세상” 이다.